[화제] 도심주택가에 자리잡은 맹금류
기사입력 1999년 03월 24일 13시 37분
독수리, 매,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어딜까.
서울대공원 동물원도 아니며 설악산 도봉산 계곡도 아니다.
서울 시내 주택가에 `산'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서울 용산에 있는 한국조류보호협회 빌딩 옥상에 가면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진 무시무시한 맹금류 26마리가 떼로 살고 있다. 이웃 주민들조차 맹금류가 사는지 모를 정도다.
쇠창살이 설치돼 있는 10여평 남짓한 공간에 검독수리 4마리, 수리부엉이 11마리, 말똥가리 4마리, 올빼미 5마리, 매 1마리에 양 날개 길이가 2@가 넘는 거대한 독수리도 1마리 있다.
이들 맹금류 외에도 황조롱이, 백조 등을 합치면 55마리의 새들이 살고 있어 단위 면적당으로 따지만 국내 최대의 조류 서식지로 꼽을만하다.
맹금류들은 비록 쇠 우리안에 들어있지만 사람을 보고 달려들듯 날개짓을 하는 모습이 섬찍해 가까이 가기가 두렵다.
이들 새들은 모두 부상을 당해 한국조류보호협회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다리를 다쳤거나 총맞은 검독수리, 건물과 충돌해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있는 올빼미, 날개를 다쳐 우아한 비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백조.
다른 새들과 달리 좁은 우리안에 혼자 살고 있는 독수리는 거대한 덩지에 어울리지 않게 까치떼의 습격을 받아 오른쪽 날개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이 독수리는 이같은 사실이 부끄러운듯 먹이를 먹을 때만 제외하고 머리를 우리 안쪽으로 쳐박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김성만 회장은 "상처가 아물고 회복이 돼가는 새들은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듯 소리를 지르고 쇠창살을 긁는 등 소동을 벌인다"며 "치료가 끝난 맹금류들은 조만간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