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권위 벗어던진 심판원
기사입력 1999년 03월 24일 13시 04분
현대와 LG의 시범경기가 열렸던 지난 23일 인천구장에선 작지만 매우 의미있는 사건（?） 하나가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운동장밖 주차장. 한 덩치 큰 사내가 현대구단 점퍼를 입은 사람에게 뭔가 애절하게 부탁하고 있었다.
열심히 설명을 듣던 현대 관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내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러자 그 사내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고맙다는 표시를 한다.
이 의문의 중년남자는 바로 조금전까지 이 경기의 주심을 맡았던 오석환（35）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원이다.
내용은 이렇다. 오심판이 현대 구단관계자에게 부탁한 것은 이 경기를 녹화한 비디오테이프.
오심판은 이날 주심을 맡아 몇차례 혼줄이 났다.
주자와 포수가 홈에서 접전을 벌일 때 판정이 약간 애매한 것도 있었고, 볼카운트 판정도 매끄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마침 TV중계중이라 더욱 좌불안석. 오심판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경기상황을 다시한번 되새겨보고 싶었던 것이다.
"오랫만에 주심을 보니까 여러가지로 어색하데요. 잘못된 점은 빨리 고쳐 시즌개막땐 그런 일이 없어야 할텐데…."
비디오테이프를 싸들고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오심판을 뒤에서 지켜보는 현대 관계자의 말.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참 보기좋은 광경이네요."
[김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