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한국선수 뺨치는 용병들 '육두문자'
기사입력 1999년 03월 24일 13시 04분
국내 프로농구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우리말은 뭘까.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탓인지 이방인들은 "배고파"라는 한국어를 맨 처음 터득한다.
한국생활에 조금 익숙해지면 숙소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의 막강한 권력을 알게되고 "아줌마"라는 우리말을 익힌다.
그리고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아줌마, 배고파"라는 말로 허기짐을 알리며 음식의 양이 적다는 불만은 "마니（많이）"로 표현한다.
민생고를 해결한 다음으로 배우는 우리말은 욕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어 욕설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하며 다른 단어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
일상에서 친구들끼리 흔히 사용하는 가벼운 욕설에서부터 듣기에도 거북한 육두문자와 그 활용형까지 체득한 외국인선수들은 의외로 많다.
국내에서 2년째 활약중인 버나드 블런트（LG）는 팀내에서 `욕쟁이'로 통한다.
국내 선수들이 장난삼아 가르쳐준 육두문자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한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나래의 센터 데릭 존슨도 비록 6개월여의 길지 않은 한국생활이었지만 욕설 만큼은 `네이티브 스피커' 뺨치는 수준.
얼마전에는 걸찍한 욕설을 써먹다가 구단의 고위 관계자에게 들켰는데 "누구에게서 배웠느냐"고 묻자 주저없이 플레잉코치를 가리켜 허 재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기도 했다.
쌍시옷이 들어가는 거친 욕설보다는 "사랑한다"는 우리말을 먼저 배웠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