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호러마니아 (1)
기사입력 1999년 03월 23일 14시 53분
전선을 타고 흐르는 처절한 생존의 절규！
21세기는 그를 버렸다.
브라운관이 얼어붙는 충격！
죽은 자가 살아서 일어나고… 악령들이 당신을 방문한다.
그러나 악령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살아있는 인간'.
현실로 이어지는 공포영화의 무자비한 살인유혹！
무섭게 솟아오르는 혈관이 터지고, 녹색 진물이 검붉은 피와 엉기면, 충혈된 눈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살기가 꿈틀댄다！
그의 영혼은 부활하였다！ 4차원의 전율이 춤추는 곳에서부터….
악마적 내음… 길고 긴 터널의 폐쇄회로 속에 갇혔던 그 공포의 텔레파시！
오직 어둠 속에서 그의 광기는 살아 숨쉰다.
저승 따윈 없다. 너희들이 죽으면 모두 내게로 온다. …….
휴….
위에 잔뜩 써놓은 것이 뭐냐고?
뭐 잔뜩이랄 것도 없지만 위에 써놓은 것들은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공포 영화의 비디오 출시판 광고 카피 문구들이지.
그런데 당신은 어느 영화에 나오는 괴물이지?
보아하니 쇠손톱이 없으니 프레디 크루거도 아니고, 전기톱이 없으니 레더페이스도 아닐 테고, 덩치도 별로 안 크니 코델이나 제이슨도 아닐 테고, 뭐 대머리에 바늘도 없으니 핀헤드 쪽도 아니고….
내 머리로는 잘 짐작이 안 가는군.
뭐라고?
잘 안 들려！ 크게 좀 말해봐.
어쩌다 내가 이지경이 되었냐고?
이게 어때서? 난 아주 편안하고 좋은데?
뭐 굳이 자네가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못해줄 것도 없지.
난 원래 이름만 말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회사에 다니던 회사원이었어.
6년동안 사귀다가 결혼한 예쁜 아내도 있었지.
마치 `헬 레이저'의 여주인공 크리스티로 출연하는 애슐리 로렌스처럼 예쁜 여자가 내 아내였단 말이야.
그런데 `공포의 묘지'에서 주인공의 아들을 치어 죽이는 그런 큰 트럭이 내 아내를 치어 죽여버렸어.
난 너무 너무 슬퍼했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슬프지도 않아.
살릴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공포의 묘지'에서처럼 되살릴 수 있는 묘지에 묻거나,`리빙 데드3'에서처럼 사람을 되살리는 가스를 구해서 흡입시키든지, 아니면 최악으로는 `리에니메이터'에서처럼 죽은 것을 살리는 주사액으로 그녀의 심장만이라도 살리면 될 테니까 별로 슬프지 않지.
다만 문제는 내가 거기에 대해 아는 지식이 아직은 불충분하다는 것이야.
어쨌거나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로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지.
회사? 그따위 것은 그녀가 죽자마자 그만 두었어.
내가 회사를 다닐 필요가 없어졌는데 뭐 하러 다니나? 내가 누구를 위해 돈을 벌어?＜계속＞
글·오종석(아이디:메탈티스)/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작가 소개]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가장 즐겨 쓰는 글은 공포 소설이다. 27세 엘리트 회사원. 공포영화 마니아. 인간이 아무리 잔혹해도 애정은 살아 숨쉰다는 색다른 주장을 글 속에 담고 있다. 대표작: [호러마니아] [우애]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