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2단구조 007가방에 음란물 가득
기사입력 1999년 03월 23일 14시 23분
서울 대림동에 있는 중소업체 K전자의 최모씨（37）는 지난 22일 낮 한 낯선 남자의 방문을 받았다.
양복차림에 007 가방을 든 그 사내는 최씨에게 다가가 귀속말로 속삭였다.
"`동물의 왕국' 좋아하세요?"
최씨가 어리둥절해하자 그는 "야한 비디오 말예요. 구경하시겠습니까?"하고 재차 물어왔다.
최씨가 호기심을 보이자 그 남자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가방을 열었다.
가방 속에는 비디오 테이프와 각종 성인용품이 들어있었다.
다방 등을 돌며 싸구려 라이터나 시계 등을 팔던 `가방맨'들의 취급 품목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뀐 셈.
`O양의 비디오 테이프' 사건이후 음란물 판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사무실을 돌며 외설 비디오 테이프를 판매하는 신종 판매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 등지에서 구입한 포르노 테이프를 불법 복사해 3만∼5만원에 팔고 있는 것.
특정 신체 부위를 가린 미국이나 일본산 포르노 테이프는 3만원선, `모자이크 처리'가 안된 홍콩산 등은 5만원을 받고 있다.
최씨는 "요즘 인기있는 `O양의 비디오 테이프'도 구해줄 수 있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취급하는 품목은 음란 비디오 테이프 뿐만이 아니다.
수영복 차림의 여자가 인쇄된 트럼프에 라이터 불을 붙이거나 침을 바르면 여자의 알몸이 그대로 드러나는 `매직 카드'에서부터 의학적으로 효능이 검증이 안된 흥분제, 질정제, 자위용기구 등 각종 성보조 용품도 버젓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용품 판매상들이 즐겨찾는 곳은 서울 구로동이나 대림동, 신도림동 일대의 중소업체 사무실. 대기업체에 비해 비교적 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안양 명학역 인근의 아파트형 공장 단지는 100여개의 제조업체가 입주해있어 이들이 단골처럼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은밀하게 판매를 하다보니 경찰이 이들을 적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2단 구조로 된 가방 안의 윗 부분에는 액세서리나 키 홀더 등 `평범한' 물건을, 아래 부분에는 음란 비디오 테이프 등을 넣어다니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물론 포르노 비디오 테이프의 겉면에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레벨이 붙어 있어 웬만한 사람은 속아넘어가기 십상이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