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사랑] 닮은꼴 선동열 - 이상훈
기사입력 1999년 03월 23일 13시 45분
주니치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선동열과 이상훈은 닮은 점이 많다.
둘은 공교롭게 일본으로 떠나기전 구원왕 타이틀을 따냈다.
선동열은 해태 시절인 95년 5승 33세이브로 93년에 이어 두번째로 최고 소방수가 됐다.
이상훈은 LG 유니폼을 입고 97년 통산최다인 47세이브포인트（10승 37세이브）의 금자탑을 쌓았다.
일본으로 진출하기전 엄청난 시련에 부닥친 것도 공통점.
둘은 일본 야구 첫해 나란히 부진했다.
선동열은 5승 3세이브（1패）에 방어율 5.50으로 한국의 에이스라는 찬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상훈 역시 11경기에서 단 1승（방어율 4.68）에 그쳐 최고 좌완이라는 명성에 금이 갔다.
이들이 닮은꼴로 추락했던 것은 잘 알다시피 겨울훈련 부족과 일본야구 적응 실패 때문이다.
국내 야구계를 떠나면서 구단과의 갈등으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쳤던 둘은 바로 스프링캠프에 참가, 강도 높은 훈련을 쌓았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서서히 훈련강도를 높이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은 첫날부터 `지옥행'이다.
페이스를 급격히 끌어 올리려다 무리가 왔고, 그 후유증으로 한 시즌을 망친 것.
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기술적인 약점 두가지를 보자.
첫번째, 직구와 변화구의 구질이 노출된 것이다.
와인드업때 직구와 변화구의 팔을 올리는 각도가 틀리니 구질이 무엇인지를 타자들에게 반쯤 알려주는 셈이 돼 안타를 많이 맞았다.
이는 우리네 중고교 지도자들이 잘못 가르친 탓이다.
두번째, 최근들어 일본 타자들은 메이저리그처럼 스트라이크존 근처에만 공이 들어와도 방망이가 나가는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했는데 이를 알지 못한 것이다.
선동열은 대투수답게 첫해의 실패를 딛고 96년 일본의 한시즌 최다세이브（38） 기록을 세우며 당당히 최고 소방수로 등록했다.
이상훈은 8년 선배 선동열처럼 `대변신 2년차'를 이루기 위해 지난 시즌후 귀국도 하지 않은 채 겨우내 훈련에 땀을 쏟았다.
그 덕분에 이번 시범경기에서 2연승을 따내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올시즌 `삼손의 부활'은 야구보기의 또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것 같다.
[김수인(야구부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