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혁] 온몸던진 투혼 '총알받이도 좋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23일 13시 45분
축구판에서는 투지가 승부의 반을 좌우한다.
감독들이 "정신력, 정신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86멕시코월드컵서 마라도나를 무너뜨린 허정무의 `태권도 축구'는 그 좋은 본보기로 전해지고 있다.
99나이지리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둔 청소년팀에도 `독종'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수비수 박동혁（20．고려대2）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속칭 `총알받이'다.
온몸을 던져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는 희생자.
공이 날아오는 각도나 속도가 뻔한 문전 프리킥 때도 거침없이 달려나가 공과 부딪친다.
그의 플레이는 `러시언룰레트'처럼 늘 보는 이의 숨을 막히게 한다.
"상대를 등지며 다이빙하기 때문에 공이 머리에도 맞고 등이나 엉덩이에도 맞습니다. 자칫 정면을 향하게 되면 코뼈나 광대뼈가 내려앉겠죠."
박동혁은 자기에게 언제 닥쳐올 지 모르는 위험을 마치 남의 얘기하듯 한다.
사실 날아오는 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일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공의 속도가 시속 120∼130㎞에 이르니 잘못 맞으면 큰 부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가 왜 날아오는 공을 마중나가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본능인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겨야 하잖습니까."
박동혁은 지난 20일 청주에서 벌어진 포항과의 평가전（2대1 승） 종료직전 포항 조진호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 동점골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출정을 앞두고 재차 `총알받이'로서의 근성을 다지고 있는 박동혁.
"이번엔 포르투갈, 우루과이 녀석들의 공이 어느 정도 센지 알아봐야겠다"며 벌써부터 투지를 사르고 있다.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