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음식기행] 결혼이나 생일때 '구덩이 특별식'
기사입력 1999년 03월 22일 15시 15분
"키어 오라(Kia Ora)! 어쩌라구? 기어오라구?"
해외 여행길에 가끔씩 언어 소통의 문제로 인해 해프닝이 벌어지거나 폭소가 터지는 수가 있는데, 뉴질랜드에서도 그렇다.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인사말이 영락없이 우리 말 `기어오라'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 말은 영어의 `헬로(Hello)'에 해당하는 일상어.
마오리족이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조리법에 따라 만드는 음식을 항이(hangi)라고 한다.
항이는 `우무(umu)'라 불리는 `땅속 오븐(ground oven)에서 요리하는 게 특징이다.
먼저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든다. 여기에 나무로 불을 지펴 뜨겁게 달군 돌을 집어 넣고 그 위에 고기 덩어리를 얹는다.
돌은 보통 4시간 가량 달군다. 그리고 물을 뿌려 김을 내게 하는데, 이 열기가 요리를 요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
예전엔 돌위에 막바로 고기를 올려 놓았으나, 요즘은 고기를 바구니에 담아 올려 놓는다. 고기 위에는 감자 호박 따위의 야채, 또 그 위에는 후식용 푸딩을 차례로 쌓아 놓는다.
그런 다음 흙을 덮어 열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게 하는데, 음식에 흙이 묻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에는 바나나잎을 썼지만, 요즘은 물에 젖은 천이나 거적류를 덮개로 사용한다.
항이를 얼마나 맛있게 요리하느냐는 이 작업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항이를 요리하는 시간은 3시간 정도.
아리키(aliki:마오리 족장)나 토홍아(tohunga:사제)는 중요하고 신성한 인물이기 때문에 별도의 우무에서 항이를 만들어 먹었다. 족장이 음식을 남겨도 그것을 다른 사람들은 먹을 수 없었다.
마오리족들은 결혼식이 있거나 친척의 생일에 마래(marae)라는 곳에 모여 이런 전통 요리를 만들어 나눠 먹으며 화목을 다졌다.
항이를 배불리 먹고 마오리 사람들과 작별할 때 `파이(pai)'라는 인사쯤은 해야 예의다.
`맛이 나쁘다(파이다)'라는 식의 한국말을 연상하면 안된다. 마오리 말로는 `굿(Good)'이란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