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 무대위로 올라간 글쟁이들
기사입력 1999년 03월 22일 15시 15분
IMF이후 골방으로 들어간 채 침체일로를 걸어온 문단이 새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업작가들의 평균 월수입이 20여만원에 불과한 문단의 현실은 많은 작가들이 붓을 놓는 슬픈상황을 만들었다. 또 글쓰기를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든 작가들도 많다.
그런 가운데 시－소설－평론을 넘나드는 다장르작가들이 늘어나고 문인들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연극을 마련,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소설가 김성동씨가 시를 발표한 데 이어 박범신씨도 최근 계간지 등을 통해 시를 내놓아 좋은 반응. 원로로는 박경리씨가 10여년 전 시집을 냈고 황순원씨도 틈틈이 시를 발표, 관심을 끌었다.
시인이 소설을 발표한 경우는 더욱 많다. 고은씨는 불교의 세계관과 구도역정을 그린 `수미산'(전2권), 김진경씨는 소설 `이리', 강규씨는 `나의 아름다운 빵집'을 출간했다.
장석주 하재봉 박덕규 안도현 김형경 이진우 전윤호씨 등 수많은 시인들이 `시와 소설' 겸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평론가로는 유종호 정현기 김시태씨가 시인으로, 권택영씨가 최근 소설가로 등단했다.
지난 90년대 초 일부 젊은 문인들이 경제적 한계로 인해 숙성이 안된 장편소설을 발표하자, 한때 비난의 여론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문단에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사물과 현실을 표현, 한국문학을 살찌우고 있다. 독자들에게 또 다른 읽는 즐거움을 전해준다"며 긍적적인 평가다.
한편 지난 한때 독자들과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던 문인극이 다시 등장, 화제가 되고 있다.
극단 원이 창단기념으로 오는 4월 2∼3일 서울 문예회관에서 공연하는 블랙 코미디 `양반전'(오후 3시30분,7시30분.(02)515－0063))이 그것.
문인극은 지난 1956년 김동리 황금찬 손소희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관심을 모은 임희재의 `살구꽃 필 때'가 처음. 이번 무대는 96년 문학의해 기념 문인극 `어미새 둥지'(이근삼 작)에 이은 일곱번째 무대.
소설가 유현종, 김국태씨가 연출을 맡았고, 시인 황금찬 문정희, 소설가 양귀자 정연희 공애린, 원로 수필가 조경희 등이 출연, 물신주의 사회를 풍자한다. 수익금은 결식아동돕기 기금으로 사용된다고.
다양한 작업들이 문단의 새 활로이자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문화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