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위기의 LG '파이팅!'
기사입력 1999년 03월 22일 14시 31분
LG 세이커스 프로농구단의 막내사원 권지영씨.
권씨는 농구단의 연고지인 경남 창원이란 땅을 LG스포츠에 입사하고 나서 처음 밟아봤다.
양가집 막내딸인 그녀는 지난 1월 LG의 홈게임을 준비하느라 20여일 동안 창원의 여관방을 전전했는데 서울집을 비우는 시간이 워낙 길어지는 통에 부모님이 직접 창원까지 내려온 적도 있단다.
플레이오프 1회전서 2연패（連敗）를 기록해 벼랑끝에 몰렸지만 그래도 권씨는 21일 경기를 비롯, 올시즌 11차례에 걸쳐 창원체육관이 만원을 이뤘다는 자긍심을 갖고 오늘도 창원시내 구석구석을 누빈다.
LG스포츠의 권혁철 대표이사.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지난 73년 입사, 27년째 LG와 함께 한 정통 LG맨이다.
맏딸이 명문대학에 특차전형으로 들어갔다며 지난해 봄 부하 사원들에게 소주 한잔을 샀던 평범한 가장（家長） 권사장은 지난해말 월급쟁이들의 꿈인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단장으로서 뒤늦게 출범한 프로농구를 빼고는 LG스포츠가 보유한 전종목을 우승시켰다는 권사장은 평소 "헹가래를 받을 때보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즐거워할 때 더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축구스타 최용수의 유럽진출 해프닝과 서정원의 갑작스런 삼성행.
씨름 김영현의 팀 이탈과 야구 서용빈의 병역기피 파문으로 이어지는 LG스포츠의 위기.
그러나 팬들의 환호와 박수가 있기에 이들은 좌절을 말하지 않는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