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10대호기심 ' 훔치는 도덕불감증
기사입력 1999년 03월 22일 14시 31분
최근 청소년사랑실천 시민연합에 고발된 충격적인 사건 하나.
사춘기에 접어든 여중 3학년인 A양（15）은 1년전 우연히 호기심이 발동돼 전화방에 전화를 걸었다.
친구로부터 전화방을 통하면 `애인이 생긴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A양은 장난삼아 전화를 했고 10명의 성인남자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게 됐다.
A양은 아저씨들을 만날 때마다 10만원 정도의 현금을 받았다.
물론 아저씨들의 요구는 성관계를 맺자는 것이었다.
10명의 남자와 성관계를 번갈아 하던 A양은 급기야 임신을 하고 성병까지 걸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청소년사랑실천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상담을 하다가 이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사건제보를 받은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5부（김명진 부장검사）는 수사에 착수, A양과 성관계를 맺은 조모씨（25） 등 20∼30대 성인남자들의 신원을 파악해 검거에 나섰다.
인천지방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2일 전화방을 통해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정모（43．자영업）, 홍모씨（48．회사원） 등 성인 남자 4명과 안모（18）, 고모양（18） 등 10대 소녀 5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윤락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이모씨（54） 등 여관업주 5명도 입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지난해 7월 초순쯤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R모텔에서 속칭 080 전화방을 통해 만난 안양에게 20만원을 주고 성관계를 갖는 등 지금까지 모두 19차례에 걸쳐 미성년자들과 원조교제를 한 혐의다.
10대의 소녀들과 성인 남자의 만남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원조교제（援助交際）'가 우리사회의 기본 윤리마저 깨뜨리면서 왜곡된 성문화를 부추기고 있다.
일본에서 유입된 원조교제가 최근 1∼2년 사이 우리사회에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것과 관련, 풍속사범의 단속이라는 차원에서 검찰이 칼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검찰권 발동의 한계가 있는 게 사실.
원조교제는 전화를 통해서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검찰에서도 당사자의 고발이 있지 않은 이상,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못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지검 최운식 검사는 "원조교제는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사회적 병리현상"이라면서 "대상이 여고생이라고 해도 신분이 확인되지 않아 그 뒤에 윤락조직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검사는 또 "원조교제는 일본에서 들어온 `쓰레기 문화'"라면서 "10대의 호기심을 이용하려는 성인 남자들의 도덕불감증이 빚어낸 불건전한 퇴폐행위"라고 개탄했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