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마지막 구혼 (6)
기사입력 1999년 03월 22일 14시 31분
●당신의 잠든 모습을 두 시간이나 바라보고 있어요.
당신은 이제 아무 대답도 하지않는군요.
방안 가득히 고요함이 돌고 있어요.
소리쳐도 메아리만 돌아오는군요.
당신의 그 목소리는 어디로 간 거지요?
그렇게 당신이 떠나길 바랬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이 빈 자리를 누가 채워줄 수 있을까요?
당신과의 그 긴 세월을 누가 와서 막아줄까요.
당신의 굳고 차가운 손을 매만지며 전 다시 눈물을 흘려요.
왜 다시 결혼하자고 말하지도 않나요?
당신 내가 잊었을 거라 생각해요?
왜 죽기전에 말하지 않았어요?
왜 결혼하자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랬다면 수줍은 미소라도 지으며 대답했을 텐데.
당신은 여전히 바보예요.
당신의 유언대로 난 당신의 유골과 편지 한 장을 들고 산을 오르고 있어요.
당신과 내가 좋아하던 이 산이 오늘 만큼은 힘들군요.
당신과 내 아이들에게는 벌써 말해두었답니다.
그 아이들 많이 울었어요.
제발 당신을 화장하지 말아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그들의 엄마이기 전에 당신의 여자이고 싶답니다.
아이들에게는 아버지이기 전에 제 남자이길 바래요.
당신도 그러길 바라겠지요.
산 정상에 올랐어요.
파란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군요.
그리고 하늘은 향해 당신의 유골을 뿌립니다.
당신, 이제는 행복하겠지요.
이제 당신이 남긴 이 편지 한 장만이 내 곁에 남겨진 거랍니다.
편지를 여는 제 손이 매우 떨리고 있어요.
이 곳에서 펴보라는 당신의 말대로 전 이제껏 펴지않았던 파란 종이를 끄르고 있어요.
▲사랑하는 현진에게
현진아,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그 산에 올라가 있겠구나.
벌써 나이는 이렇게 들었는데, 왜 젊었을 때의 그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는 지 모르겠어.
너무 주책스럽다고 말하지 않길 바래.
하지만 난 내가 죽는다는 걸 안 순간, 당신에게 다시 한 번 그때의 그 순간을 보여주고 싶었어.
지금은 내가 직접 다시 말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의 약속은 지켰다오.
당신이 말한 그 산에 서서 난 다시 한번 산에서 외치고 있어.
`현진아, 결혼해 줘！'
●당신은 나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만큼은 그렇지 않았어요.
난 이 짧은 편지를 보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답니다.
꼭 산은 메아리만 울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난 외칠 수 있답니다.
"결혼할게요！！"[이번 회 끝]
글·주효진(아이디:달의천사)/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