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호세,메이저 배팅 위력…애물단지서 보물로
기사입력 1999년 03월 22일 00시 54분
롯데 선수단이 실로 오랜만에 잔칫집 분위기를 맛봤다.
21일 시범경기서 작년 우승팀 현대에 6대4로 이겨서만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 호세의 `활화산 타격'을 처음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호세는 이날 역전결승 2타점 2루타와 1점홈런 등 3루타만 빠진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며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원맨쇼'를 펼쳤다.
하지만 지난 1월말 한국에 들어온 호세는 두달 가까이 팀에서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구단관계자의 애를 태운 `애물단지'였던 게 사실.
배팅포인트를 잡지 못했고, 어쩌다 공이 맞아도 맥없는 플라이타구에 그치기 십상이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호세가 오랫동안 부진의 수렁에 허우적댄 이유는 한국야구를 너무 얕잡아봤기 때문.
호세는 작년 11월 롯데와 입단계약을 맺은 뒤 한국에 입국할 때까지 2개월간 전혀 훈련을 하지 않았다.
구단에는 "컨디션조절을 위해 한달간 멕시칸리그에서 뛰겠다"고 속이고 야구를 전폐한 채 도니미카집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만 스윙을 하지 않아도 타격감각이 무뎌진다는 야구선수가 두달을 놀았으니 제아무리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도 헤맬 수 밖에 없는 일.
한국투수들의 다양한 변화구와 정교한 컨트롤를 직접 대하고 찔끔한 호세는 비디오분석에 열중하고, 거울을 보며 타격폼을 교정할 정도로 벼락치기훈련에 매달려 왔다.
본바탕은 드러나는 법.
지난 18일 연습경기 LG전서 마수걸이 홈런으로 타격감각을 조절한 데 이어 시범경기 현대전서 공식무대 첫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화끈한 화력시범을 보였다.
`배짱이' 호세로서는 꿈속에서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지난 2개월이었을게다.
[ 부산＝이백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