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마지막 구혼 (5)
기사입력 1999년 03월 21일 15시 01분
●링거를 맞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당신을 보니 이제는 눈물도 흐르지 않는군요.
아니 울 수가 없어요.
당신은 내 눈물을 보면 더 괴로워하니깐.
당신이 바보라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바보인지는 몰랐어요.
이 고통을 혼자 감수하며 지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군요.
의사 선생님이 "무척 괴로웠을 텐데 왜 아직 입원을 하지 않았냐"고 물어봐요.
전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요?
▲당신한테 이 한장의 편지를 쓰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한번도 써보지 않은 연애 편지를 쓰려니 너무 힘들군.
애들은 내가 이렇게 죽어가는 것도 모르겠지.
아니 당신과 내가 모두 숨겼으니깐.
그 애들은 지금 대학을 다니며 한참 즐기고 있을 거고, 난 그런 젊음을 방해하고 싶지 않군.
그리고 멀리서나마 내가 살아서 그들을 보고 있다고 믿길 바래.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으오.
●점점 말라가는 당신을 보며 이제는 당신이 편안하게 잠들기 바래요.
이렇게 힘들어하고 모든 것을 혼자 감수하려는 당신을 보니 견딜 수가 없군요.
하지만 전 아직도 당신이 기적적으로 살아나길 믿고있답니다.
만약에 신이 있다면 당신을 살려주실까요?
이제는 믿지않던 종교까지 의지하게 되는군요.
여보, 이제 그만 편안하게 쉬세요.
▲당신은 내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이제는 잠들기 바라겠지.
그래, 지금의 심정으로서는 나도 그만 흙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난 아직 당신의 곁에서 잠시라도 더 있고 싶다오.
그리고 당신은 아직 내 구혼을 받아들이지 않았지.
하지만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아.
이제 곧 내 구혼을 받아드릴 테니깐.
그 순간까지 난 당신의 곁에서 쉬고 싶어.
●이제 그만해요.
날 위해서 억지로 이 세상에 있지 않아도 돼요.
당신의 고통스러운 모습이 내 머리에 꽉 차서 이제는 포화상태예요.
하지만 문득 잠이 들어 당신이 나에게 인사도 없이 갈까봐 걱정이 돼요.
그러니 내가 깨어있을 때 나에게 작별 인사 만큼은 하고 잠드세요.
이제는 그만 당신의 나라로 가세요.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
내가 아직도 가지 못하는 건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서야.
당신의 곁에 잠시라도 더 머물며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지.
하지만 이제 눈을 감아야 하나봐.
당신에게서 떨어지는 그 눈물이 보기 싫어지는군.
그리고 이제 당신이 내 구혼을 받아줄 때가 온 거야.
그래. 당신은 지금 잊고 있겠지만 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오.
내 생에서의 마지막 구혼을 당신이 받아주길 바래.
하지만 난 당신의 남편이 아니라,
한 남자로서 당신에게 구혼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 무엇도 아니 당신의 남자로서.[계속]
글·주효진(아이디:달의천사)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