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어면순 - 양반 임금님 함께 읽던 'Y담'
기사입력 1999년 03월 21일 15시 01분
철저한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 그때도 음담패설은 있었다. 양반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들도 사랑방에 모여 외설스러운 이야기들을 하며 박장대소했다.
서거정, 강희맹같은 대학자들도 공직 은퇴 후엔 Y담류의 책을 썼다.
그런 책 중 하나인 조선시대의 성풍속 소화집(笑話集) `어면순(禦眠楯)'(문학세계사．윤석산 옮김)이 완역, 출간됐다. 1947년 일부가 간행된 적이 있지만 단행본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82편의 이야기를 모두 수록하고 있다.
어면순은 `밀려오는 잠을 막는 방패'라는 뜻. 조선 전기 유학자인 송세림이 쓴 책이다. 양반, 평민은 물론 임금님도 이불 속에서 몰래 읽었다는 기서다. 낯이 붉어질 정도로 적나라한 성표현이 마치 춘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단순한 재담, 우화, 외설담, 신화성이 있는 동화 등이 두루 실려 있지만, 외설적인 소재가 단연 많다. 연대와 장소가 기록된 실화 중심으로 엮은 것도 흥미롭다. 소설형식을 띤, 창작 단편도 몇 편 있다.
남녀의 성기를 의인화해 해학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주장군전(朱將軍傳)', `모노금전(毛老金傳-옛날 옛적 거시기 이야기)' 등이 대표적 의인체 소설. `주장군전'은 남성의 상징인 주장군이 여성을 상징하는 숲과 굴을 개척해 옥토를 만들라는 왕명을 받고 들어갔다가 결국 죽고 만다는 내용이다.
또 `오형제의 계교'는 부모의 침실을 엿보는 다섯 아이가 부모를 조롱하는 촌담, `과연 내 사위로다'는 신혼부부의 성생활을 대담하게 묘사한 콩트다.
한자로 쓴 것이어서 은유적 표현들이 많은 것도 특징. 그래서 천박하지 않다. 유방을 `쌍운령(雙雲領)', 여성 성기를 `옥문산(玉門山)', 배를 `유선사(遊船事)' 등으로 나타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남자 주인이 계집종과 사통하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 본처 개입은 기본. 주인양반, 계집종, 본처의 극적인 삼각관계를 형성, 극적인 흥미를 준다.
[임정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