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이슈] 왕따 (3) 고발,만병통치약 아니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21일 14시 03분
고발이 최선의 방책?
`자안심'（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을 주도해온 대검은 자타가 인정하는 `왕따 해결사'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모두 두팔로 껴안는다는 의미에서 대검찰청 신고전화를 3480-2828（두팔두팔）로 했다.
지난 97년 왕따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드리우기 시작했을 때 생긴 `자안심'은 그동안 "죽을 각오가 돼있으니 폭력학생을 처벌해달라"는 신고전화를 받고 해결사로 나서 임무를 완수하는 등 수사력을 동원한 민첩한 활동을 해왔다.
또 가출여고생의 무선호출기 번호를 추적해서 강남의 한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던 여고생을 부모품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수렁에서 건져올린 내딸'이었다.
교육부는 이에 뒤질세라 1588-7179（친한친구）라는 학생고충 전화번호를 최근 개통했다.
전화번호를 공모할 때 300여건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져들어왔는데 아깝게 탈락됐지만 한번쯤 음미해볼만 해서 여기에 공개한다.
7979（친구친구）, 7142（친한사이）, 7942（친구사이）, 7995（친구구요）, 3355（삼삼오오）, 7989（치구패구）, 9125（구원이오）, 9191（구원구원）, 8291（빨리구원） 등이었다.
빨간 비상등이 켜졌을 때 구원을 요청하는 것은 고발정신과 직결된다.
그것은 학생과 가정과 사회가 힘을 모아 왕따를 뿌리뽑자는 이야기의 다름아니다.
연초 김대중 대통령도 국민과의 대화중 SBS TV `은실이'의 주인공 전혜진양이 왕따 문제의 해결책을 물었을 때 `고발!'을 외쳤다.
"고발을 하지 않으면 살면서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발만이 만병통치약일까.
가뜩이나 시민고발정신이 약하다는 우리네 정서로 볼 때 고발뒤에 있을 후한 또한 어떻게 다스려야할 것인가.
최근 대검이 발간한 `자안심' 백서에 따르면 97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모두 1만7천641건의 학교폭력, 따돌림 등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고 이로인해 8명의 학생이 숨지고 313명이 입원치료, 485명이 통원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정신적 괴롭힘으로 인해 18명이 자살을 기도하고 32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피해학생의 75.5％가 신고후 보복을 우려하고 있다고 집계하고 있으니 고발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책인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렇다고 재빠르게 세상흐름을 읽고 등장한 `자녀 안심이 보험'에 가입하려면 돈이 들 것이고.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