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징크스 파괴' 좌완투수 킬러 진면목
기사입력 1999년 03월 21일 12시 41분
왼손투수에 왼손타자가 약하다?
정설처럼 굳어진 프로야구 징크스의 하나지만 적어도 삼성 김기태（30）에게는 예외다.
왼손잡이이면서도 투수가 오른손이건 왼손이건 낯가림이 없다.
상대가 시원찮은 왼손이면 독수리가 쏜살같이 먹이를 물어채듯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때보다도 방망이 스피드가 빨라지기도 한다.
강병철 전 한화감독은 "현역 왼손잡이 타자를 통틀어 김기태 만큼 왼손투수를 잘 공략하는 타자도 없다"고 높게 평가했다.
김기태는 지난 20일 시범경기 두산과의 대구 개막전에서 `왼손잡이 킬러'로서의 면모를 또한번 입증했다.
올시즌 자기가 맡을 5번으로 나선 김기태는 5회말 1사 2,3루에서 오른쪽 폴대를 살짝 빗기는 3점홈런을 폭발시켰다.
상대는 빠른 볼 왼손투수로는 국내 정상급인 차명주.
차명주는 왼손타자를 상대하는 정석대로 133㎞의 직구를 몸쪽으로 바짝 붙였다.
그러나 김기태의 방망이는 이보다 더 빠른 스피드로 허공을 두쪽으로 가르며 타구를 담장밖으로 걷어낸 것.
김기태가 왼손투수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타고난 순발력과 풍부한 경험, 수읽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
투수가 누구든 좀체 교체되는 법이 없다보니 왼손투수의 코스가 눈에 익었고 볼카운트에 따른 구질을 예측하는 능력이 비범하다.
홈런을 많이 때릴 수밖에 없는 김기태만의 타격비법인 셈이다.
[대구＝권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