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새천년 앞두고 세계최고로 나빌레라'

기사입력 1999년 03월 19일 17시 05분



새로운 밀레니엄 2000년대가 아홉달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스포츠조선은 창간 아홉돌을 맞아 밀레니엄 대특집을 마련했다.

2000년대에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심어줄 문화 예술계의 스타들을

조명하고 컴퓨터의 밀레니엄 버그로 야기될 대혼란과 수습책 그리고 첨단문명과

그로 인한 생활의 변화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주역 강수진씨(32).

한국출신 발레리나로는 처음으로 세계정상급 발레단 주역으로 위치를 다진

그녀에게 최근 가슴두근거리는 일이 생겼다. 무용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브노아 드 라 당스 (Benois de la Dance)'에 베스트 댄서 여성무용가상 후보로 올랐기 때문이다.

선화예고 1학년때 발레유학을 떠난 후 17년.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로

노미네이트된 것이다. 대상 작품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지난해 10월 4일 오픈.

한창 공연중인 '카멜리아 레이디'로 강씨가 맡은 주역 마르그리트가 후보역.

발표는 오는 4월 29일 독일 베를린의 도이치오퍼에서 있다.

강씨는 국제전화를 통해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욱 열심히 해야지요. 팬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원작인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발레화한 것. 존 노이마이어 (함부르크발레단 예술감독) 안무로 20년만에

재현한 오페라 못지 않은 대작.

원작처럼 사교계의 고급 창부와 귀족 청년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줄기.

강시는 뛰어난 발레 테크닉은 물론, 마치 마르그리트로 환생한 듯

배역에 몰입한 섬세한 연기, 동양적 감성과 미모로 파란눈의 관객들을 울리고 있다.

더구나 공연중 11번씩 무대의상을 갈아입을 정도로 마르그리트의 변신의 폭이 커

이 공연을 '강수진을 위한 작품'이라할 정도로 그녀의 역할은 눈부시다.

현지 언론인 '나흐리흐텐' '슈투트가르트 차이퉁' 등도 오프닝 직후

'강수진의 개선식' '강수진은 가장 이상적인 마르그리트'라는

극찬을 했다.

강수진은 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내년 2월 발레단과 함께 뉴욕 등 미국 5주간 순회 공연도

예약돼있다. 지난해 7월 발레단이 25년만에 가졌던 뉴욕 공연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둔 덕.

이때 강수진은 또한번 큰 공헌을 했다. '오네긴'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열연. "순전히 그녀의 무대였다(It was her show)"라는 찬사속에 화려한 뉴욕 데뷔를

했던 것.

65명의 단원이 있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최고 대접을 받고 있는 강수진은 오는 9월이면

월 9천마르크 (약612만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무용단내에서는 명실공히

최고의 대우. 아시아인으로는 일본인 무용수와 단 두명.

독일 현지에서 그의 인기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슈투트가르트시에 강수진의

사진을 담은 전차(문화진흥 공익광고)가 달리고, 이 도시 난 협회에서 명명한

'강수진'이란 이름의 난까지 있을 정도니까.

[이화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