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콘서트 앞두고 '잠못이루는 밤'

기사입력 1999년 03월 19일 15시 17분



지난 17일 자정이 다 된 시각. 서울 마포의 선스튜디오.

15평 남짓한 방안이 후끈하다. 악기를 조율하고 있는 10여명 장정들 속 낯익은 얼굴이 있다. 담배를 문 채 악보를 정리하고 마이크를 점검한다. 3년만의 콘서트를 사흘 앞둔 윤종신이다.

열흘전부터 매일 이시간이면 만나는 얼굴들, 최승찬(건반) 이성렬(기타) 최원혁(베이스) 이진우(드럼) 이용(트럼펫) 엄창용(색소폰) 조용균 김성환(코러스)과 박용찬 이근호(컴퓨터).

"슬슬 들어가 볼까요?"

윤종신이 마이크앞에 자리를 잡는다. 멤버들이 벽에 붙은 콘티를 살핀다. 첫곡은 `머물러요'. 두번째 노래 `구원'까지 한번에 간 뒤 윤종신이 인삿말을 하기로 돼있다.

한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여유롭다.

세번째곡 `녀석'에 이르자 문제가 생겼다. 목소리를 맞춰보기로 한 김조한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둔남녀'를 함께 부를 박정현도 감감소식. 매니저가 전화를 두드린다. "방송 마치고 출발한대요."

공연소식을 전하기 위해 방송사 두팀이 도착했다. 어쩐지 너무 말쑥하다 싶었다. 예전 히트곡 `너의 결혼식'과 `내사랑 못난이'를 들려달라는 요청에 "극비"라며 거절한다. 대신 데뷔곡 `텅빈 거리에서'를 부르며 잔뜩 분위기를 낸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자 청산유수다. "제대 신고식을 하는 컴백 콘서틉니다. 고무신 안 꺾은 팬들, 얼굴 좀 봅시다…."

`환생' `오래전 그날' `길' `이층집소녀' `친구와 연인' 등 모두가 반가운 노래다. 스무곡에 달하는 레퍼토리를 이런저런 주문을 섞어 진행하니 두시간반이 후딱 간다.

잠시 휴식. 어깨가 뻐근하다며 윤종신이 기지개를 편다. 한바퀴 더 돌아야 연습 끝이다.

"보통 새벽 다섯시까지 가죠. 제대 말년에 한참 쪘던 뱃살이 연습하느라 쏙 들어갔어요. 그동안 팬들에게 나태했던 것 같아요. 군대가 사람 만든다고, 윤종신 인간됐습니다."

20일 오후 3시, 7시.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 세라돈볼룸. (02)733－2275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