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400년된 한반도 닮은 느티나무 공개수배
기사입력 1999년 03월 19일 14시 22분
"한반도 지도를 닮은 느티나무를 찾아주세요"
전남 나주시 노안면 도천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수호신인 느티나무를 19일 `공개수배'했다.
수령 400년 된 이 느티나무를 지난해 12월 21일 훤한 대낮에 누군가가 캐내 갔다는 것.
문제는 느티나무 도난사건의 공모자가 동네사람들중에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40여명도 채 안 되는 마을 주민들 사이에 불신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뒷산에 있었던 이 나무는 둘레가 4m.
어른 두사람이 팔을 펼쳐 껴안기도 벅찰 정도의 거목이다.
특히 가지가 뻗어나간 모양이 한반도의 지도를 빼다 박은 듯 닮아 나무를 모르는 문외한이 보더라도 일등품으로 값을 따지자면 2천만원은 족히 된다.
주민들에게 이 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정신적 지주였다.
매년 정성을 다해 당산제를 지냈고 우환이 있을때 나무 앞에서 굿을 벌이면 신기하게도 우환이 사라졌다고.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범인 3명은 중장비를 이용, 대낮에 고목을 뽑아내다 이 마을 주민 김모씨（41）에게 현장을 들키자 "이장의 부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중"이라고 태연스럽게 말을 했다는 것.
이 때문에 이장이 범인들과 면식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동네에 자연스럽게 퍼졌고 주민들은 이사람, 저사람이 결부됐다며 서로를 의심하게 됐다.
당시 이장이었던 김씨는 "내가 도둑들과 결탁했다면 내 이름을 알리겠느냐"며 경찰에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것을 탄원했다.
이 마을 노인회 김모씨（72）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친족간인데 나무 도난사건 이후 사이가 나빠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빨리 느티나무가 돌아와 마을이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주경찰서는 수형이 좋아 값이 비쌀 것으로 보이는 이 나무를 조경업자들이 캐갔을 것으로 보고 조경업계를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