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손맛으로 스타키운 '코트의 요리사'식당 찬모
기사입력 1999년 03월 19일 01시 17분
`웬만한 스타는 내가 다 먹여 살렸어요.'
`최인선 신선우 박광호 황유하 박인규 이충희 강정수 유재학'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프로농구 감독이라는 것 말고는 별로 `공약수'가 없는게 사실.
하지만 부산 기아의 용인 숙소 식당 찬모（餐母） 안교봉씨（53）에게는 여간 애틋하고 각별한 면면이 아니다.
올해로 21년째 `코트의 요리사'로 일하면서 자신의 식탁을 거쳐 현역 생활을 마치고 사령탑까지 오른 소중한 `식구'인 것.
지난 78년 실업팀 현대의 창단과 함께 앞치마를 두른 안교봉씨는 88년 방 열 LG 기술고문과 함께 기아로 옮겨 줄곧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그동안 그녀의 손맛을 즐기며 코트를 주름잡던 선수만도 줄잡아 수백명에 이르며 그들의 식성도 제각각.
현대 신선우 감독은 반찬에 파나 붉은 고추가 들어가면 꼭 발라 놓고 먹었단다.
또 SBS 강정수 감독은 기아 시절 된밥에는 절대로 숟가락도 대지 않았다. 이바람에 강 감독을 위해 따로 죽처럼 질게 밥을 지어줬다.
대우 유재학 감독은 기아에서 뛸 때 시래기 나물이라면 게눈 감추듯 했단다.
안교봉씨가 꼽는 타고난 체력을 지닌 장사는 이충희 허 재 강동희.
이들은 부상이나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밥이 보약'이라는 듯 늘 끼니를 거르지 않았다고.
올시즌 정규리그 10위 박광호 감독（동양）과 9위 황유하 감독（나산）이 무척 안쓰럽다는 안교봉씨는 "그만 두고 싶은 때도 많았지만 모두 내 자식 같은 마음에 보람을 느끼며 계속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종석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