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O양은 피해자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19일 01시 17분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랴."
지난 2월 중순, 기자는 소문으로 나돌던 문제의 `O양 비디오'를 인터넷에서 처음 보았다.
당시 화질이 안좋아 화면속의 여자가 O양임을 확신할 순 없었지만, 가끔씩 클로즈업되는 얼굴을 보고 그 흡사함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데뷔때부터 알았던 O양이 이런 모습으로 나올 줄이야.'
기자는 그동안의 지기를 이용해 미국에 가있는 O양과 국제통화를 할 수 있었다. 사실이라면 안됐지만,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또 사적으로 근황이 궁금해서였다.
그때 내내 울먹이는 O양은 `H씨는 과거 연인이었고, 비디오는 나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이때 기자는 `이미 당할만큼 당했고, 비디오의 여주인공이 너냐, 아니냐'를 확인할 마음은 줄어들었다. `불쌍하다, 안됐다'는 생각 뿐이었다.
결국 나중엔 상대남자 H씨의 용기있는 얘기를 통해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와중에 매스컴은 법석댔다. 검찰이 수사를 나선다（물론 협박범과 불법유통범을 잡는 목적이지만）고 하면서 마치 O양이 범법자시 돼버렸다.
아무 죄도 없으면서 서울에도 못 있고, 미국으로 피신한 피해자인데도 말이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무슨 청교도 국가도 아니고, 한창 청춘때 애인과 하룻밤 잘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성행위를 카메라로 찍었다는게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도덕적 통념에서 정상을 넘어선 일이기는 했다.
그런데 이게 얘기가 잘못 흘러나가고 있다. 온통 `봤냐 안봤냐', `맞냐 안맞냐'로 흥미거리가 돼더니, O양이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른양 퍼져나가고 있다. 그걸 처음 유통시켰고 O양에게 협박한 자가 나쁜 사람이지, 피해자인 O양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그녀가 테이프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했는가.
이제 `비디오'로 인해 누구보다 피해를 본 당사자인 O양은 누구에게 얘기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검찰에 나와서 뭘 얘기할 필요도 없다. 사과고 뭐고 할 이유도 없다. 그런 비디오가 나돌았으니 창피할 뿐이지, 미국에 있어도 되고 서울에 와도 된다. 죄인이 아니니까.
`누가 O양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 이준형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