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방학기씨 일본 시사월간지에 연재
기사입력 1999년 03월 17일 15시 21분
중견만화가 방학기씨(55)의 작품이 일본 유력 시사월간지에 연재돼 화제다.
방씨가 80년대 말 국내 한 주간지에 연재했던 '아리삼삼'이 '보석(寶石)'지 3월호부터 '한국부세초자(韓國浮世草子)'란 제목으로 게재되기 시작한 것. '한국부세초자'는 '한국풍속이야기'라는 뜻이다.
국내 만화가의 작품이 일본 만화잡지에 소개된 적은 더러 있지만, 시사월간지 연재는 방씨가 처음이다. '보석'에 연재되는 만화도 '아리삼삼' 한 편 뿐이다.
'아리삼삼'은 70년대 산업화시대 소외계층의 삶을 그린 작품. 창녀, 탈주병, 탈옥수, 막노동꾼 등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민초들의 힘겨운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방씨 특유의 휴머니즘이 물씬 풍긴다.
3월호엔 섣달 그믐날 홍등가에서 만난 창녀와 수배범 이야기인 '망향', 섹시한 여자를 둘러싼 사무실 소동을 그린 '뇌쇄' 등 두 편이 실렸다.
앞으로 매달 두 편씩 1년간 콩트 형식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원고료는 페이지당 15만원. 일본에서도 A급 대우다.
반응도 좋다. 방씨는 '만화로 한국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거칠고 투박한 선으로 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표현해 감동적이다'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고 전한다.
방씨의 작품이 일본에 소개된 것은 지난 86년 '임꺽정'이 처음. 이후 '날개' '메밀꽃 필 무렵' 등 국내 소설을 만화로 요약한 '한국단편순례', '데카메론 속(俗)' 등이 일본어로 출판됐다.
와세다대 불문학과 출신의 한 여성팬이 방씨의 작품에 매료돼 한국문학 번역가로 변신했을 정도로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방씨의 작품이 일본에서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그는 "내 작품에선 김치냄새가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설픈 일본 만화 모방작보다 한국의 토속미가 배어있는 내 작품세계가 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것 같다"고 분석한다. [임정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