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고압전류까지 '우리 탈출 방비책'
기사입력 1999년 03월 17일 15시 11분
맹수들도 매일 점호를 받는다?
하나 둘 셋 넷…서른 하나.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의 30여 사육사들은 아침 저녁으로 호랑이(31마리), 사자(22마리), 곰(19마리)의 머리 수를 세고 세고 또 센다.
호랑이들은 간밤에 자고 일어난 머리 수가 맞아야 사파리로 나가고, 사자 역시 저녁에 머리수가 맞아야 잠을 잘 수 있다.
봄이 되면 철책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정문 쪽을 자꾸 곁눈질 하며 `탈출'을 꿈꾸는 일명 `신창원파' 맹수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사육사들은 어느 때보다 바싹 긴장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우리나라 어딘가에 호랑이가 산다는데…, 어쩌면 동물원을 탈출한 호랑이일 수도 있다는데…"라는 일명 `카더라 통신'이 끊이질 않는 터이다.
그러나 사파리 탈출은 절대 불가능.
에버랜드의 경우 사중오중의 저지선을 치고 있다.
1차 저지선은 3m 높이의 안테나형 철책. 바로 뒤에는 또 5m 높이의 철책이 버티고 서 있다.
네발로 철책위로 기어 올라간다면?
철책에는 6천 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고 있다. 닿는 순간 몸이 뒤로 튕겨나간다.
한번은 호랑이나 사자보다 머리가 좋은 곰이 머리를 썼다.
사파리 차의 뒤에 바싹 붙어 과감하게 정문 돌파를 시도. 그 곰은 제딴에는 1차 철책 관문을 통과했다고 좋아했겠지만, 곧 좌절하고 말았다.
24시간 감시망이 쳐진 사파리 입출구에는 차의 앞뒤에 이상 물체가 있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맹수들이 모르는 사실 하나 더.
만약 맹수들이 귀신도 모르게 2차 관문까지 접근했다손 치더라도, 그 즉시 비상경계령이 떨어지기 때문에 허사가 된다.
사육사말고도 경호업체 요원들이 함께 출동하는 것.
경호요원들은 말로 설득하는 사육사와는 달리 `무자비한' 진압 요원들이다.
출동 즉시 1~2초 안에 마취되는 마취총을 쏘고 대형 포획망을 던지며 생포작전에 돌입한다.
이른바 `신창원'을 꿈꾸는 맹수에게는 실로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