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대졸 최대어 낚은 나산
기사입력 1999년 03월 17일 14시 36분
`하늘의 도움이 확률을 이겼다.'
KBL（한국농구연맹）의 재정 지원으로 올시즌을 꾸려온 광주 나산에게 16일은 잊지못할 날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최대어' 조상현（연세대）을 뽑았기 때문.
나산 이기홍 단장은 드래프트 직후 "오늘 새벽 상서로운 꿈을 꾼 덕"이라며 득의만면이었다.
전남 함평군에 있는 시골집이 완전히 불에 타는 꿈과 지난 60년에 돌아가신 조부가 10여년만에 나타난 꿈을 잇달아 꾼 것.
불나는 꿈이 길몽으로 알려진데다 조부가 현몽할때마다 행운이 따랐던 이단장은 `혹시…'하며 기대를 품었단다.
좋은 조짐은 꿈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단장이 아침 일찍 목욕탕에 가서 옷장 열쇠를 받았는데 우연히도 번호가 `1번'이었던 것.
오전 11시. 트라이아웃 장소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 도착한 이단장은 직원들에게 "좋은 꿈 꾼 사람 없느냐"고 넌지시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이단장은 복이 달아날까봐 자기 꿈 얘기는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
오후 2시. 드래프트에서 30개의 구슬을 배당받은 나산은 순위 추첨에서 동양（40개）을 제치고 1순위를 잡았다.
10개의 구슬이 절대적인 변수는 되지 못하지만 동양의 1순위를 예상했던 관계자들에겐 어쨌든 뜻밖의 사건이었다.
어려운 살림과 구단 매각 문제로 웃을 날이 없었던 이단장과 황유하감독은 "우리도 마침내 스타플레이어를 발굴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