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마지막 구혼 (2)
기사입력 1999년 03월 17일 14시 36분
▲한 번은 나와 몹시 다투고 당신은 집을 나가버렸지.
신혼 초였고 아직은 결혼 생활에 익숙하지 않을 때였어.
그래서였는지 구속이라는 말 자체가 싫었던 거 같아.
하지만 말이야 당신이 싫어서 짜증을 냈던 건 아니야.
단지 아직 어린 신랑이었던 거 같아.
그리고 당신도 어린 신부였지.
당신이 집을 나가고 나서야 깨달았어.
당신의 빈 공간이 얼마나 큰지를 말이야.
그때 내가 멋있게 당신을 끌고 집에 돌아와서 다행이야.
그 순간 내 자신이 멋있었다고 난 늘 자부하지.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내가 가출했을 때, 당신이 날 찾아 친정으로 오자 얼마나 웃음을 참아야 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부스스한 머리에 수염도 깎지 못하고 옷도 냄새가 펄펄 나고 있었지요.
훗, 일주일밖에 되지 못해서 당신은 항복을 선언하고 나한테 '집에 가자'고 말할 때 당신이 불쌍해지더군요.
하지만 당신은 나한테 어떻게든 기죽어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요.
하지만 전 느낄 수 있었어요.
당신이 얼마나 날 원하는지.
▲당신하고 이혼하고 반년이 지났군.
반년이 지나서야 당신을 다시 찾아 왔는데, 당신에게는 벌써 남자가 있더군.
왠지 배신감을 느껴야 했어.
그 반년을 참지 못하고 남자가 있다니 말이야.
그래서 난 당신 곁을 얼쩡거리는 그 남자를 혼자 만났지.
●당신과 이혼하고 난 뒤 당신은 반년이 지나서야 날 찾아오더군요.
처음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자기가 싫다고 해서 이혼을 해 놓고 날 찾아오는 게 말이죠.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는 아직 젊은 총각을 끌고 커피숍으로 가 대판 싸우는 모습을 보았지요.
그때 제가 얼마나 웃었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이 늙은 나이에 당신은 제가 이뻐 보였나봐요.
그 젊은 총각이 저한테 얼쩡거린다고 생각했으니 말이에요.
나중에 당신에게 해명을 하고서야 당신은 실룩거리던 얼굴을 폈지요.
그리고 금방 그에게 사과를 했어요.
만약에 그가 내 직원이 아니었다면 당신을 한 대 쳤을 거라 생각해요. 훗.
▲애들이 나보고 왜 이혼을 하느냐고 캐물었지.
하지만 난 대답하지 않고 당신에게 이혼 도장을 강요했어.
사실 그때 당신이 "절대 이혼할 수 없어요" 하고 말했다면 난 금방 그 서류를 찢어버렸을 거야.
그런데 당신은 울먹거리는 얼굴로 도장을 찍었지.
그때 내 심정이 어땠는 줄 알아?
최악이었어.
●아마 이 일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라 생각해요.
어떻게 지금 이 나이에 이혼을 강요했는지 몰라도 전 그 일을 쉽게 잊지 못하겠더군요.
[계속]
글·주효진(아이디:달의천사)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