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사랑방] 대기업 PC 옵션제 실시해야
기사입력 1999년 03월 17일 14시 36분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패키지 옵션이란 것에 상당히 불만이 많다. 가령 알루미늄 휠만 달고 싶어도 이것이 가죽 시트와 패키지로 돼 있어 원치않는 가죽 시트까지 구입해야 한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PC를 구입할 때에 비하면 양반이다. 대기업에서 만드는 PC에는 아예 옵션 품목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운영체제나 워드프로세서 모두 메이커에서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
물론 번들로 달려 나오는 소프트웨어라고 해서 공짜인 것도 아니다. 공짜이기는 커녕 운영체제인 윈도 같은 것은 몇만원 정도의 가격이 매겨져 있다.
소프트웨어뿐인가. 하드웨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적외선 신호를 받아줄 프린터를 안갖고 있더라도 적외선 포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노트북 같으면 외부 마우스를 쓸 사람이라도 터치패드 마우스 값을 물어내야 한다.
이런 정도는 비용이 얼마 안든다지만 가령 DVD-롬 드라이브를 갖고 있는 사람이 CD-롬 드라이브를 억지로 구입해야 한다면 이건 너무 억울한 일일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있을 수 없는, 메이커의 일방적인 횡포다. 그런데도 워낙 관행처럼 굳어져서 그런지 누구나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최근의 한 외신을 보면 이같은 관행도 머지 않아 고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오스트리아의 제프리 베넷이라는 사람이 도시바 노트북을 샀다가 원치도 않는 윈도가 설치돼 있는 것을 알고 메이커에 환불을 요구, 110달러를 돌려받았다는 소식이다. 이 사람은 공개 운영체제로 유명한 리눅스 사용자인데 메이커측과 3개월의 실랑이 끝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계기로 윈도 강매에 대한 집단거부 운동까지 펼쳐지고 있다니 소비자들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신 기종 같으면 소형차 한대 값과 맞먹는 컴퓨터. 메이커에서 주는대로 받기만 해야 하는 관행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김주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