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마지막 구혼 (1)
기사입력 1999년 03월 16일 14시 58분
▲지금 난 당신에게 구혼을 하고 있어.
하지만 당신은 믿지 않는군.
"나하고 결혼하자！"
내가 당신한테 이 한 마디 했을 때 당신은 피식 웃음을 지었지. 하지만 그때는 정말로 진심이었어. 이혼한 당신한테 다시 구혼하는 것을 당신은 농담으로 받아 들었지.
그렇지만 여보. 난 당신에게 다시 한 번 구혼하고 싶었어.
●당신이 나에게 결혼하자고 프로포즈했을 때 난 너무 놀래서 웃음밖에 나오지 못했어요.
당신은 모르겠지요? 내가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했는지 말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난 혼자 울고 말았답니다.
아주 옛날 당신이 나에게 구혼하던 그 순간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해서 울 수밖에 없었어요.
이 나이에 이래도 되나요?
▲지금 이 나이가 되고 아이들이 모두 커서 집을 나가자 당신은 매우 외로워했지.
더군다나 그때 내가 이혼을 하자고 했으니, 당신 마음 무척 아팠을 거야. 하지만 이런 날 이해해 주겠어?
지금에서야 당신에게 다시 찾아온 나를 이해해 줘.
●당신이 나에게 이혼을 하자고 했을 때 난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일을 하지만 집안에 소홀했던 적은 없었으니깐.
그리고 당신은 나에게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늘 날 감싸 줬지요.
힘들 때는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었어요. 그런데 당신이 이혼하자고 했으니 내 마음이 어땠을 것 같나요.
▲당신.
옛날에 당신과 오르던 그 산이 기억날지 모르겠군.
우린 등산하는 걸 좋아해서 늘 만나면 산을 갔지.
내가 프로포즈한 곳도 어처구니 없게도 산이었어.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면 꼭 그 산에 데려가자고 약속했는데 살다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군.
하지만 난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지 않아.
당신도 그럴까?
●훗, 난 늘 재미있게 생각하는 게 당신은 내가 산을 좋아한다고 믿는 거예요. 아세요? 전 몸이 약해서 움직이는 걸 싫어했어요.
그런데 당신이 산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저도 같이 등산을 하기 시작했지요. 그 덕에 지금은 건강해졌지만요. 하지만 지금도 웃음이 나네요.
당신은 그 산에서 지금과 같이 무뚝뚝하게 프로포즈 했지요.
"우리 결혼하자！"
이 말 한마디가 그때는 왜 그리 달콤했을까요?
무드 없는 달 밤에 춥기만 했는데 그 말이 그렇게 따스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꼭 행복한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지요.
단지 당신과의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답니다.[계속]
글·주효진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글쓴이 소개]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공부를 위해 대학(1년)을 중단한 환타지 스토리 작가 지망생. 21세. 아이디는 `달의천사'.
`마지막 구혼'은 여고 3년때 남녀간의 사랑과 갈등에 골몰하던 중 무심코 써내려간 수작이다. 죽어가는 남자와 그 아내의 마음속 대화를 병행 전개 기법으로 썼고, 결말부에서 진한 감동을 그려냈다는 평이다.
무협을 곁들인 글을 쓰다 최근 시나리오까지 포함하는 스토리 작가의 글을 써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