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프로10개구단 감독 - 심판 16명 난상 토론회
기사입력 1999년 03월 16일 14시 57분
15일 오후 7시 서울 타워호텔. 오는 31일 99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축구 10개구단 감독과 심판 16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프로연맹이 주최한 `심판과 감독의 신뢰구축 난상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300만 관중시대를 열어 갈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감독과 심판이 한자리에 모여 축구발전을 논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옥심판＝구단관계자가 경기전 만나자고 연락해 오는 경우가 있다. 결승전을 앞두고 "돈을 주겠다"고 접근한 구단도 있다. 이런 풍토에선 공정한 판정을 하기가 어렵고 축구발전도 요원하다.
▲이회택 전남감독＝주로 아마팀에서 있는 일이지만 "내가 내일 결승전 심판을 맡는다"라면서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심판이 있다. 도대체 팀에서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 것인가.
▲이재성심판＝경기가 끝나면 가족들이 "무사히 마쳤냐"면서 전화를 걸어올 정도로 심판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감독이 심판에게 인사를 청해도 주위를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 각 구단에서도 심판들의 사기를 올려줘야 한다.
▲김기복 대전감독＝2만∼3만 관중 앞에서 흥분한 심판의 판정으로 쫓겨난 적이 있다. 고함을 질렀다고 퇴장시키면 어떡하나. 심판이 이성을 잃으면 곤란하다.
▲김광종심판＝오심을 하면 4∼5일간 잠을 자지 못할 정도다. 심판도 인간인 이상 오심을 할 수 있다. 그 오심이 고의인지 실수인지 구분해서 질책해 달라.
▲이상용심판＝FIFA 휘장을 가리키며 "이거 언제 달았어"라면서 인격모독을 하는 지도자가 있다. 서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고재욱 현대감독＝올시즌 4－4－2시스템으로 전술을 바꾸는 팀이 많다. 오프사이드 문제가 상당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정확한 판정을 부탁한다.
▲차경복 일화감독＝심판들은 양심과 소신을 갖고 판정해야 한다. 항의를 받으면 심판이 감독에게 "당신이 심판봐라"고 말한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임은주심판＝나이 많은 심판이 어린 선수들로부터 욕설을 듣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 머리좋은 사람들은 웃으면서 항의한다. 물론 심판들도 비판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심판 판정에 의해 승부가 뒤바뀌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건일총장＝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심판과 감독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이날 토론회는 이모 심판（42）이 여성심판인 임은주씨（32）에게 성적 모욕 발언을 해 아수라장이 됐다.
토론이 끝나갈 무렵 임씨가 "오심에 대한 비판을 수용해야 된다"며 타성에 젖은 심판들의 자화상을 언급하자 이씨는 "너 XX, 조용히 해. 상당히 기분 나쁘다"고 고함을 친 것.
감독들에게 "인격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하던 심판 스스로가 자신들의 인격을 짓밟은 것이다.
기본적인 교양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프로심판 베스트 10'의 명예를 준 프로축구연맹은 과연 무엇을 근거로 이씨를 선발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리＝신향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