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강원 산골마을에 '찐빵 붐'
기사입력 1999년 03월 16일 14시 57분
200원짜리 찐빵이 강원도 산골 마을을 전국적인 명소로 뒤바꿔놓았다.
강원도 횡성군 안흥리는 영동고속도로 새말 인터체인지에서 국도를 타고 20여리를 더 달려야 나오는 마을이다.
이웃끼리 숫가락이 몇개인지도 알 수 있을만큼 단촐한 250여 가구에 고랭지 채소나 더덕 등 약초 농사가 주업.
그 안흥리가 요즘 찐빵 하나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말이면 각지에서 몰려든 승용차들로 호젓한 시골길이 교통체증을 일으킨다.
서울은 물론 멀리 대구, 부산에서 온 차량 행렬이 1㎞가 넘게 이어져 안흥파출소 경찰들은 `과외'로 교통정리를 한다.
사려는 사람도 많지만 일일이 손으로 빚어 쪄내기 때문에 주말이면 가게앞에서 길게는 5∼6시간을 줄서서 기다려야한다.
일부 가게에선 차례 다툼을 막기 위해 대기표까지 나눠준다.
안흥에 불어닥친 `찐빵 러시'의 핵은 안흥면사무소 맞은편 찐빵가게 `안흥진빵（주인 심순녀）'이다.
30년이나 된 이 집은 안흥장날에 찐빵을 내다팔던 구멍가게.
지난 겨울 영동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피해 안흥국도로 들어선 스키어, 등산객들의 입소문으로 찐빵 맛이 알려지며 단숨에 전국적인 빵집이 됐다.
국산 팥으로 속을 넣고 밀가루 반죽은 막걸리로 발효시킨 옛날식 찐빵의 맛이 진가를 발휘한 것.
단골 고객중에는 유동근, 방실이, 김인문씨 등 연예인과 모그룹 회장 등 명사들도 많다.
최근 2∼3개월 사이에 안흥에는 찐빵집이 6개로 늘었고 다음달까지 4∼5곳이 더 문을 열 예정.
`안흥찐빵'보다 한발 먼저 장사를 시작했으나 10여년 전 그만뒀던 원옥녀 할머니（75） 가족의 찐빵계 컴백도 찐빵붐 조성에 한몫 했다.
요즘 안흥 진빵은 인근 스키장 콘도로 배달되는가 하면 멀리 제주도까지 택배 발송되기도한다.
안흥면 김주학면장은 "안흥리 지역경제의 절반은 찐빵이 담당한다"고 말한다.
찐빵을 사기 위해 몰려든 인파 덕분에 주유소, 식당, 다방 등도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찐빵일을 하는 사람만 100명이 넘는 등 고용 창출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
면사무소측은 최근 동네 어귀에 `찐빵의 고장 안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이 간판은 횡성군을 대표하는 횡성한우 홍보 간판보다 크고 눈에 더 잘 띈다.
[횡성＝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