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하키외면하는 '하키의 본고장'
기사입력 1999년 03월 16일 14시 57분
성남공설운동장에서 그예 일이 터지고 말았다.
경기도 성남시와 대한하키협회가 운동장 인조잔디를 둘러싸고 "걷어낸다", "놔둬라" 옥신각신하더니 지난 14일 시（市）에서 철거를 감행하면서 극단적으로 마주서 버렸다.
축구장으로 바꾸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하키인들은 "성남시가 하키를 외면하면 한국 하키는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몸싸움까지 벌여봤지만 허사였다.
사실 `성남시'하면 하키의 본고장으로 연상된다.
공설운동장이 하키전용구장이라 웬만한 대회는 다 성남에서 열리며 대표팀도 늘 성남에서 훈련하고, 생활한다.
오죽하면 하키협회 직원들이 대부분 성남에서 살까.
여자대표팀의 88서울올림픽 은메달도, 아시안게임 4연패의 위업도, 그 뿌리는 성남에다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인조잔디가 뜯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키인들은 마치 제 살점이 뜯겨나가는 양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물론 인조잔디구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성남공설운동장 옆에는 `제2경기장'이라고 하여 하키전용구장이 하나 더 있다.
하지만 이곳은 각종 대회를 치르기도 빠듯해 대표팀이 마음놓고 훈련할 형편이 못된다.
규모나 시설면에서 국제대회를 치르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쯤되자 하키협회에서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치를 때까지만이라도 봐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물론 성남공설운동장은 하키협회 것이 아니라 성남시의 것이다.
성남시가 운동장에다 천연잔디를 깔아 축구장을 만들건 물을 채워 수영장을 만들건 성남시 맘이다.
그렇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국 하키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인조잔디를 꼭 뜯어내야만 하는지.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