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전여옥 -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연예스타
기사입력 1999년 03월 16일 14시 30분
연예인들은 대중의 꿈과 친밀함을 먹고 산다.
대중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그들은 돈도 벌고 대우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대중 연예인들은 점점 보통사람들과 거리가 멀어지는 듯 하다.
그들은 말 그대로 `별'이 아니라 `스타'이다.
피곤하고 쓸쓸한 인생에서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때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보며 위로와 힘을 얻는 그런 존재가 대중연예인들의 `존재의 이유'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 반대이다.
보통 사람들로부터 떠받들여지고 대우 받고 보통 사람들은 신을 수도 없는 400만원짜리 `신데렐라 구두'와도 같은 존재가 우리나라의 이른바 잘나가는 대중연예인들 같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호칭이다.
웬만하면 다들 `선생님'을 고집한다.
물론 오늘 한국사회에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 선생님이다.
하기는 나한테도 가끔 선생님하는 이들이 있는데 나는 `가르치는 것도 없으니 그냥 전여옥씨라고 불러달라'고 이야기한다.
겸손의 뜻도 없지 않아 있으니 나는 영원히 가르치기 보다는 배우고 노력하는 `현재완료'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사람이 되고 싶어서이다.
그런데 배우나 탤런트 가수라는 멋진 일을 하는 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리우길 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딴따라' 취급한다고 자격지심에 벌개지는 것을 보면 보면 영 개운치가 않다.
내가 대중연예인이라면 `선생님'을 거부하고 영원히 `딴따라'로 불리우길 원할 것이다.
혹시 선생님이라고 누가 부른다면 `나도 종쳤구나'하고 생각할 것이다.
대중들은 선생님을 원치 않는다.
감동과 경이를 원하지 `가르침'을 원하지 않는다.
거리에서 `야－아무개 지나간다'할 때 오히려 대중과의 친밀함을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진짜 연예인'이 요즘은 드문 듯하다.
내가 아는 일본의 한 코미디언은 언제나 `일등석'이 아니라 `삼등석'을 고집한다고 했다.
돈이 엄청 많아 일등석을 평생 타고도 남지만 그는 `이코노미석'을 탄다.
그의 대답이 감동적이다.
"나는 대중과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하는 코미디언이지요. 일등석에 타면 삼등석에 탔을 때 볼 수 있는 사람, 이야기, 느낌, 웃음과 분노, 그리고 슬픔까지도 다 놓치게 되지요."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 `딴따라'인가.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