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희] 후배 챙기고 기량도 급증 '올핸 일낸다'
기사입력 1999년 03월 16일 14시 30분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선발 등판을 몇시간 앞두고 "아파서 못던지겠다"고 해서 벤치를 황당하게 만들었던 돌출행동.
시속 150㎞대의 강속구가 포수의 사인에 관계없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는 제구력 난조.
삼성 박동희（31）.
적어도 2년전 롯데 시절까지만 해도 물가에서 노는 어린아이였던 박동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딴 사람으로 바뀌었다.
자기중심적이던 생활엔 후배를 먼저 챙기는 어른스러움이 배어있고, 기량은 팀내 선발 랭킹 1,2위를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다.
안좋은 소문만 들었던 삼성 관계자들이 "과거 박동희에 대한 평가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동희가 개과천선을 한 데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재활기간이 2년이나 되는 까닭에 구단으로서도 더이상 봐줄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다행히 재활과 체력훈련을 집중적으로 한 덕에 왼쪽 무릎 관절염의 통증에서 벗어나 맘껏 공을 뿌리고 있다.
현역시절 변화구의 귀재였던 장호연 2군코치와 김봉근코치로부터 전수받은 체인지업과 포크볼 등은 이미 실전용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 14일 LG와의 연습경기에서 박동희는 또한번 신무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4이닝 동안 4안타 2실점 했지만 모두 직구를 얻어맞았을 뿐 변화구는 스트라이크존을 지나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박동희에게 올시즌 10승을 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은 더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슈퍼베이비'가 아닌 `슈퍼라이언'이기 때문이다.
[대구＝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