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뽑은영화] 이정향감독 - 데이브
기사입력 1999년 03월 15일 15시 51분
나는 `작은 영화'를 좋아한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본 영화를 보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데이브'(93년)는 규모가 작은 듯하면서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첫손에 꼽고 싶다. 케빈 클라인이 뇌출혈을 일으킨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졸지에 백악관에 들어가 대통령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왕자와 거지'같은 내용이다.
꼭두각시로 백악관에 들어간 케빈 클라인은 비리가 횡행하는 곳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일을 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한다. 케빈 클라인이 백악관에 들어가면서 "나를 위해서 죽을 수 있느냐"고 처음에 물었을 때 "개같은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하던 경호원이 나중에 그가 떠날 때엔 "당신을 위해 죽을 수 있을 것같다"고 하는 대사가 인상에 남는다. 정치에 필요한 덕목은 지식이나 능력보다도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란 것을 보여준다.
아쉬운 것은 영화 라스트에 케빈 클라인이 다시 정치를 한다고 나서는 부분인데 사족같다는 느낌이 든다.
국가원수를 다루고 있는 영화임에도 스케일이 작고, 그러면서도 할말을 다하는 그런 영화다. 잔잔하고 재미있고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영화였다. 내가 추구하는 영화도 바로 소박하고 여운이 남는 영화다.
[이정향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