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첩] 정부의 한국 예술종합학교 민영화 방안
기사입력 1999년 03월 15일 15시 35분
정부가 지원하는 순수한 교육기관과 수익사업이 가능한 산하단체가 같은 경제논리로 구조조정이 가능한가?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책임운영기관화 내지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조직개편(시안)에 대해 문화계는 "목욕물을 갈기 위해 아기마저 버리는 일"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 학교 교수들은 물론 문화단체의 입장은, 정부의 조직개편안 반대다.
그 이유는 문화예술은 단기적으로 그 성과를 측정,평가할 수 없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교육기관은 수익기관이 아니며 순수예술과 학문의 가치를 경제논리로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재정수입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자체 확보해야하는 책임운영기관화는 소요비용을 등록금이나 수익사업으로 충당해야하는 논리"라며 수익성이 없는 예술기관에 적용키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책임운영기관화의 경우, 경쟁원리에 따른 효율성과 재정상의 자율성 부여 등 민영화로 해결키 어려운 문제점을 조정할수 있는 정책적인 배려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학교 교수회는 "조직개편안의 기본이념과 원칙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책임운영기관화나 민영화보다는 핵심적 역량 위주로 자율성과 특수성 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화계에서는 정부의 정책과정 결정은 물론 공청회 토론석상에서 조차 문화예술에 정통한 전문가가 배제되어 있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 문화예술분야는 오히려 국가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직속기구로 `예술/인문학 대통령 위원회'를 설치, 지식생산과 창조적 상상력을 국가발전의 전략적 기반으로 간주, 국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정부의 영화산업투자, 일본 정부의 출판산업지원 등을 보면 문화는 이제 국가산업의 원동력이자,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교육을 통한 문화 인프라의 구축없이, 우리 문화는 가내수공업 수준을 벗어날 수 밖에 없으며 한국은 세계문화(영화, 연극, 뮤지컬 등)의 몫좋은 시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부가 서울 예술의전당과 대학로에 설치한 `21세기, 문화의 세기가 오고 있다'는 화려한 전광판이 공허하게 빛나는 3월이다. [문화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