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막나가는 청소년들이 기가막혀'
기사입력 1999년 03월 15일 15시 07분
고교생끼리 소매치기 전문 조직을 구성, 수십차례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4일 고교생 소매치기 11명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른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직 소매치기는 극히 전문적인 성인 범죄의 영역으로, 고교생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만들고 무더기로 검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구속된 11명의 고교생은 지난해 10월 두목인 김모군(18·고 2)의 이름을 딴 `00파'(약칭 J파)를 만들었다.
이들은 부두목(박모군·고 2)과 행동대원을 정하고, 어길 경우 서로 `가만 두지 않는다'는 섬뜩한 행동강령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11일 오후 5시 30분쯤 광주시내 30번 버스 안에서 승객 정모씨(20·여대생)의 책가방을 몰래 열어 현금 5만8천원을 훔치는 등 지난 5개월간 최소 35차례에 걸쳐 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광주시 운암동과 두암동 일대의 오락실을 아지트로 삼아, 3~5인조로 편성한 후 기성 소매치기 조직을 뺨치는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시간과 장소는 거의 출퇴근 만원버스 안.
눈치 빠른 행동대원이 20~30대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찍으면, 두세명이 재빨리 달라붙어 한눈을 팔게 한 뒤 나머지 한 명이 손가방을 몰래 열어 돈지갑이나 귀중품을 꺼내는 수법을 썼다.
처음엔 두목인 김군이 직접 범행에 나섰으나, 김군이 조직원들에게 그 수법을 전수해 조직원 모두가 소매치기에 숙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군은 중학생 때 아는 `아저씨'에게서 소매치기를 배웠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별 문제 없는' 고교생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가출 청소년도 아니었으며, 본드 흡입이나 환각제를 복용하는 비행 청소년도 아니었다.
경찰서로 달려온 이들의 부모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며, "진짜 네가 한 짓이 맞냐"며 한결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광주시내 5개 학교에 다니는 친구 사이인 이들은 번갈아 가며 주로 방과후 범행을 저질렀다.
`귀신 같은 솜씨'를 자화자찬하던 이들은 그러나 지난 9일 광주시 북부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택시강도 살인사건의 용의자 추적 과정에서 탐문수사에 걸려들고 말았다.
광주 북부경찰서 황길연 강력2반장은 "자녀들이 평소 안입던 옷을 입거나 값비싼 운동화를 신었다면 한번쯤 주위를 돌아봐야 한다"며, "부모와 학교의 무관심이 어처구니 없는 소매치기 조직까지 낳았다"고 꼬집었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