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입양아(3)
기사입력 1999년 03월 15일 14시 52분
불안했던 기분이 일시에 사라졌을 뿐 아니라, 김 위원을 의심했던 것 마저
부끄러울 정도였다.
아기는 완벽했다.
두개의 초롱초롱한 눈과 두개의 콧구멍을 가진 작은 코, 비록 침을 흘리고 있기는 하지만 발그레하게 핏기가 도는 입술.
물론 치아는 아직 없었지만.
운초와 미진은 아기를 바라보며 두 손을 맞잡았다.
미진이 운초의 어깨에 가볍게 몸을 기대어 왔다.
운초는 힘을 주어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김 위원이 그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저 아이가 두 분의 아기입니다."
"저…."
미진은 상기된 얼굴로 김 위원을 돌아다보며 물었다.
"안아봐도 될까요?"
김 위원의 얼굴에 일순간 곤란한 표정이 스쳤다.
미진의 얼굴에 생일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기대의 빛이 떠올랐다.
김 위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더니 유리창 속의 아가씨에게 눈짓을 했다.
아가씨는 눈치 빠르게 아기가 싸여있는 하늘색 포대기를 조심스럽게 안고 나왔다.
미진의 가느다란 팔에 자그만 아기가 안겨왔다.
미진은 조심스럽게 아기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매끄러운 감촉을 느끼며 미진은 운초에게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옆에서 주저하고 있던 김 위원이 결정을 내린 듯 두 부부에게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건강한 아깁니다. 하지만…."
"하지만?"
"… 두 분도 아기를 입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실 겁니다. 난자로부터 단핵분열을 유도해 생장시키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들지는 않지만…."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운초가 양미간을 찌푸리며 매섭게 물었다.
김 위원은 우물쭈물 하더니 단호하게 고개를 들고 똑똑한 발음으로 이야기했다.
"그 아기는 약간의 기형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진의 동그란 눈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그녀는 미친 듯이 아기의 손가락 수를 세기 시작했다.
운초도 놀라서 김 위원의 입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김 위원은 포기한 듯 모든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요. 아주 희귀한 경우예요. 2079년 이후로 이러한 케이스는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미진은 허둥지둥 아기의 조그만 옷을 벗겨내었다.
그러더니 '억' 하고 눌린 듯한 숨소리를 뱉어 내었다.
그녀의 팔이 무서울 정도로 마구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운초는 빼앗듯이 아기를 받아 안았다.
그리고 아기의 몸뚱아리를 보는 순간….
운초의 입에서 날카로운 경악의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김 위원이 슬픈 목소리로 한마디 덧붙였다.
"기록에는 이러한 유전병을 '남성'이라고 하더군요."
진씨 부부와 김 위원, 이들 세 여성이 아기의 벗겨진 몸을 아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까지나….＜이번 회 끝＞
글·김문경(아이디:밀랍인형)/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