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튀는 팀' 나산의 마지막 홍학춤
기사입력 1999년 03월 14일 15시 31분
지난 97년 1월29일 롯데호텔 사파이어룸.
우여곡절끝에 바로 한달전 프로농구 `제10구단'으로 가입이 승인된 광주 나산 플라망스가 원년 프로농구 개막을 불과 3일 앞두고 창단식을 가졌다.
베이지색 카우보이 모자에 웨스턴 스타일의 정장, 검정색과 흰색이 조화된 스트라이프 넥타이, 그리고 흰색 턱시도 와이셔츠 차림의 선수단이 황유하 감독을 선두로 입장하자 이날 식장을 찾은 관계자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패션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의 농구단답게 `깜짝 패션쇼'를 연출한 것.
`멋진 팀, 멋진 게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막내구단 나산 플라망스는 이렇게 첫 발을 내디뎠다.
디자이너 출신의 김용환 초대단장은 이후에도 매달 새로운 유니폼을 선보이는 등 뛰어난 기획으로 코트에 `패션혁명'을 일으켰으며 "프로농구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산은 또한 철저한 홈게임 승리 전략으로 `야구도시'로 알려진 광주에 프로농구붐을 일으켰다.
"광주에선 승리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홈팬들의 성원은 열광적이었으며, 나산은 `최약체'라는 평가를 뒤엎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그러나 프로농구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튀는 팀' 나산 플라망스는 지난해 모그룹의 부도이후 힘겹게 생명줄을 이어오다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가진 기아와의 경기를 끝으로 간판을 내렸다.
나산 플라망스는 오는 5월까지 새로운 인수기업을 찾지 못하면 KBL(한국농구연맹)로 소유권이 넘어가게 된다.
14일 기아전을 마친 나산 황유하 감독과 선수들은 "그동안 고생했다"며 회한과 설움, 그리고 아쉬움이 섞인 인사를 나눠 관중들의 콧등을 시큰하게 했다.
그리고 관중들은 나산 플라망스의 인수가 잘 이루어져 `새출발'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염원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아듀! `멋진 팀' 광주 나산 플라망스'.
[조석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