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3이닝11개 99신무기 체인지업 완성단계
기사입력 1999년 03월 14일 15시 31분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유명한 스태츠사의 `스카우팅 노트북'은 99년판에서 박찬호를 사이영상 재목으로 지명한 후 `체인지업만 완전히 익히면 위대한 투수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박찬호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전에서 `위대한 투수(Great Pitcher )'로 가는 길목에 다달았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시즌 불펜에서는 체인지업 훈련을 열심히 했지만 실전에서는 한게임에 2∼3개를 던지는 것이 고작이었다.
박찬호 스스로 밝혔듯이 체인지업 구사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시속 160㎞의 강속구 투수가 강타자들을 상대로 120㎞대의 공을 가운데로 던진다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
구질을 파악당하면 배팅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수읽기 싸움이지만 의표를 찌르는 체인지업의 위력은 타자의@머리속에 `강속구일까 체인지업일까'를 두고 한번 더 생각케하는 심리적인 효과가 대단하다.
메츠전에서 박찬호는 3이닝 동안 11개의 체인지업을 마음껏 던졌다.
체인지업의 제구력에 대한 자신감뿐 아니라 강속구와 섞어 던지면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넘쳤다.
박찬호의 체인지업은 막판에 싱커처럼 공이 떨어지고 있다.
직구와 투구동작이 같기 때문에 강속구에 타이밍을 맞춘 타자들은 공을 제대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챨리 허프 투수코치는 메츠전을 보고 "체인지업은 6∼7이닝만 던지느냐, 아니면 9이닝을 던질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것"이라며 "많은 이닝을 던질수록 직구와 커브 외에 체인지업 등 제3의 구질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강속구와 떨어지는 커브는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박찬호이기에 체인지업의 가세는 용(龍)이 여의주를 문 격이다.
`화려한 99년'은 물론 앞으로 10년 장수를 보장하는 박찬호의 체인지업이 완성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민훈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