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이슈] 왕따(2) - 너무 튀거나 어눌하면 1순위
기사입력 1999년 03월 14일 15시 31분
"학교 가기가 정말 싫어요."
서울 강북에 사는 주부 박모씨(35)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 P군(7)이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걱정부터 했다.
또래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P군은 유치원때도 남앞에 나서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질 못했다.
학급에서 성적이 톱클라스인 L양(15．중 3)도 친구들로부터 은연중 따돌림을 받고 자기가 저지른 자그마한 실수까지 비웃음의 대상이 되곤 한다고 호소했다.
혹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이라도 받으면 친구들은 수군대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도 책을 보는 그녀를 친구들은 입을 삐죽이면서 못마땅해했다.
청소년 전문가들에 따르면 P군과 L양은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대상이다.
주변 친구들이 P군의 어눌한 태도를 보고 놀림감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그를 아주 `바보'취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L양을 `공부벌레'처럼 징그럽게 쳐다볼지도 모를 일이다.
청소년기에 겪는 마음의 상처는 정도가 심화될 경우 자살로까지 치닫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왕따와 관련한 흥미로운 자료가 눈에 띈다.
교육개발원이 전국의 57개 초중고 학생 6천893명을 대상으로 1년간에 걸쳐 왕따 피해를 조사한 결과, 24.2%의 학생이 그런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4명중 1명꼴이다.
피해 원인을 보면 이기적이고 남을 무시하는 `공주병'이나 `왕자병'환자가 주를 이루고 있고, 전학을 왔다거나 말이 없고 소극적인 성격, 지능이 낮거나 가난한 학생, 남을 못살게 굴고 때리는 학생도 따돌림의 대상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학교 성적과 부모의 수입이 중간인 학생보다는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들이 피해를 많이 당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결론은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얼핏보면 무한경쟁시대에 영재교육도 다 소용없다는 논리다.
비슷비슷한 인간(균질화)이나 고만고만한 실력(평균 하향화)을 갖춘 학생이 새로운 시대의 범생이(모범생)라는 말같이 들린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