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폴라리스 랩소디 (12)

기사입력 1999년 03월 14일 15시 31분



콰아앙! 좌현을 뚫고 들어온 포탄이 노잡이 세 명의 몸을 갈가리 찢어놓은 다음 텅텅거리며 배 안을 굴러다녔다.（제국에는 아직 화약을 채워넣은 폭발성 탄환같은 것은 없다. 모든 포탄은 돌덩어리나 쇳덩어리다）

선체는 진저리치고 선원들은 나가떨어졌다. 엘리엇 선장은 끝내 난간을 놓치고는 갑판으로 곤두박질쳤다.

"으아아악!"

엘리엇 선장은 선교에서 갑판으로 추락했다. 쾅! 등부터 떨어지면서 숨통이 턱 막히는 느낌이 급습했다. 그러나 그는 등으로 배의 움직임을 느끼려고 애썼다.

키는? 다행이다. 키는 맞지 않았다. 용골의 뒤틀림도 없다. 돛대는 눈으로 확인했다. 빌어먹을 바람!

엘리엇 선장은 드러누운 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슈마허가 다가오며 선장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엘리엇의 뇌리 속으로 이 역풍을 순풍으로 바꿀 방법이 문득 떠올랐다. 엘리엇 선장은 벌떡 일어섰다.

"돛을 모두 펴라!"

"어라? 저 놈들 돌고 있잖아?"

자유호의 선상에서 해적들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레보스호가 갑자기 배의 진로를 완전히 바꾸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좌우에 노가 있는 갤리어스만이 가능한 반전동작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라이온 갑판장이 기세를 올리며 외쳤다.

"좋았어! 그래야 바다의 사나이답지. 싸워보겠단 말이지? 으하하, 하지만 만용은 바다 사나이의 사망원인 1호렷다. 전대포 장전! 갈고리 준비하라! 모든 갑판원 대접근전 태세로…."

"미안하지만 내가 지휘자인 것 같은데."

"…라고 1등 항해사님이 말씀하실 것이다! 그렇죠, 1등 항해사님?"

자유호의 1등 항해사 식스는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거친 어휘로 라이온 갑판장을 꾸짖었다.

"아니다, 이 바보야!"

라이온은 입을 다물고 말았고 주위의 해적들은 낄낄거렸다. 식스는 불쾌한 표정으로 라이온을 쏘아보고는 그대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적선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재장전시간 동안 반전, 아군 함열을 돌파하려는 속셈이다. 사수는 돛을 겨냥하라. 돛줄을 끊어야 한다. 놈들이 순풍을 이용하게 해서는 안된다!"

석궁을 쥔 해적들이 재빨리 화살을 먹이기 시작했다. 해상에서 사용되는 폭이 넓은 화살촉이 달린 화살로서, 이 넓은 화살촉은 단검처럼 날아가 돛줄을 끊는다. 해적 궁수들은 이물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 발사 자세를 갖추었다.

식스는 그런 궁수들을 바라보다가 라이온을 흘끗 쳐다보며 외쳤다.

"전대포 장전! 갈고리 준비하라! 모든 갑판원은 대접근전 태세로!"

식스는 억울한 표정의 라이온을 못본 척하며 근엄하게 팔짱을 끼었다.

레보스호는 카밀카르 뱃사람들이 보았다면 박수를 아끼지 않을 선회동작을 성공시켰다.

서너 발의 대포를 맞아 노의 일부를 잃은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그랜드파더호와 그랜드머더호가 재장전을 위해 꾸물거리고 있는 동안 레보스호는 진로를 180도 바꿨다.

곧 역풍은 순풍이 되었고 바람을 가득 안은 돛은 찢어질 듯이 펼쳐졌다.

엘리엇 선장의 속셈은 단순명쾌했다. 해적 함대 사이의 구멍을 혈로로 삼아 단숨에 돌파하는 것이다. 그랜드파더호와 그랜드머더호는 재장전을 위해 꾸물거리고 있으므로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돌파하면 못쫓아온다! 해적놈들은 배를 돌리는 것이 느리다! 전속전진!"

엘리엇 선장은 목청껏 외쳤다. 순풍을 안고 굉장한 속도를 내고 있는 레보스호의 뱃머리에서는 파도가 진저리를 치며 갈라졌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식스가 낮게 그르렁거렸다.

"절대로 돌파시키지 않는다. 사수, 발사준비!"

해적들의 석궁이 일제히 올라갔다. 각양각색의 색깔을 가진 눈동자들이 오직 하나의 적의만으로 불타오르며 레보스호의 돛줄을 겨냥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