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증기탕,제주도서 은근슬쩍 부활
기사입력 1999년 03월 12일 14시 11분
증기탕이 제주도에서 부활했다.
증기탕은 정부 조치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그러나 모든 불법행위가 그렇듯 수요와 공급이 있으면 `암거래'가 생기는 법.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증기탕 업주들이 여관을 통째로 임대, 비밀리에 터키탕 영업을 해왔다.
최근 제주도에는 제주시를 비롯해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에 `이미지 클럽'이라는 애매한 간판이 여기저기 나붙고 있다.
더구나 이 간판은 영문자로 `IMAGE CLUB'이라고 써있어 레스토랑이나 카페쯤으로 알기 쉽다.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이미지 클럽이라는 영문자 옆에 써있는 `ソ ド '（소프란도）라는 일문자다.
`소프란도'란 소프랜드（Soap Land）라는 영어를 일본식으로 표기한 것으로 일본 현지에서는 증기탕을 뜻하는 `도로코'와 함께 쓰이는 `전문용어'다.
또 이미지 클럽이란 현재 일본에서 성업중인 새로운 형태의 매춘업소로 소비자가 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꾸며놓은 곳이다.
제주도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연간 12만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해서 만든 간판임에 틀림없다.
결국 제주도의 이미지 클럽은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한 간판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지 클럽에 일본인만 드나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지 클럽에는 낯설지만 `소프란도'의 뜻을 아는 한국인들은 누구의 안내 없이도 이곳을 찾아갈 수 있다.
이달초 제주도로 출장 갔던 회사원 최모씨（37）가 그런 케이스.
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 유학을 했던 최씨는 이미지 클럽이라는 생소한 단어 옆에 써있는 소프란도라는 글을 보고 그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미지 클럽이 기존의 증기탕과 다른 점은 욕조가 없고 마사지용 침대만 있다는 점.
최씨는 "처음에는 샤워실이 있었는데 관계당국의 지시에 따라 사워실을 없애고 지금은 3평 남짓한 방에 마사지용 침대와 수도에 샤워꼭지만 연결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13만원선.
제주도에서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미지 클럽은 곧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 상륙, 증기탕의 새로운 형태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