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불안감 떨치고 '홀로서기 시작'
기사입력 1999년 03월 12일 13시 57분
삼성 이승엽（23）이 홀로서기를 다짐했다.
지난해까지 이승엽과 양준혁은 라이벌이기에 앞서 둘도없는 선후배.
해마다 타격부문 타이틀 경쟁을 벌인 까닭에 서로가 견제할만도 했지만 양준혁은 언제나 이승엽을 친동생처럼 살폈다.
"（양）준혁이 형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타이틀 경쟁이 심할 때도 칭찬을 할 뿐 얼굴 한번 찌푸리는 법이 없었다."
이런 양준혁이 떠났으니 한동안 불안감에 휩싸인 건 당연한 일. 이승엽이 올해를 `홀로서기 원년'으로 삼은 가장 큰 이유다.
남한테 의지하는 마음없이 보란듯이 성적을 내는 게 `어른'이 되기 위한 평가기준.
느낌은 좋다.
해마다 비시즌 동안 척추 디스크가 재발해 겨울훈련을 제대로 못했지만 올해는 아무런 탈없이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체력만 보강된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성숙했다.
백스윙의 위치를 지난해보다 30㎝ 정도 낮춘 덕에 배트 스피드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
전지훈련 9차례의 연습경기에서 홈런 2개, 3루타 4개의 장타를 뽑아낸 원동력이었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올해는 타이틀보다는 팀플레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승엽은 지난 97년에 일궈낸 개인 최다타점（114개）과 최고타율（0.329） 정도는 갈아치워야 "떠나간 준혁이 형에게 면목이 서겠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