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30년지기' 우승-제물 묘한 만남
기사입력 1999년 03월 12일 13시 57분
"왜 하필 우리가…."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올시즌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대전 현대의 신선우 감독과 대구 동양의 박광호 감독.
매직넘버 `1'을 남겨둔 현대가 최하위 동양을 이길 경우 2년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객관적인 전력차가 뚜렷해 현대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신감독은 꿈에 그리던 순간을 앞두고 곤혹스럽다.
사석에서 둘도 없는 단짝인 박감독에게 `우승의 들러리'라는 또 하나의 짐을 지우게 된 게 미안해서다.
사실 동양이 32연패（連敗）라는 치욕스런 기록을 세우는 동안 박감독이 숯검댕이가 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었던 상대는 신감독뿐이었다.
54년생으로 용산고 동기인 이들은 지난 78년 현대전자 창단 멤버로 의기투합, 83∼84농구대잔치 원년 종합우승을 이끌며 `현대＝농구명가'라는 등식을 만들어낸 주인공들.
고교→국가대표→실업을 거치며 센터와 가드로 손발을 맞췄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30년지기다.
신감독은 더이상 우승을 미룰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정규리그 마지막날인 14일 인천 대우전이 원정경기여서 홈에서 축포를 터트려야한다는 부담과 함께 2위 부산 기아가 2게임차로 따라붙은 상황.
두 감독은 냉정한 프로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1일 안양 SBS전이 끝난뒤 "축하해주러 가야죠"라는 박감독의 말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