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찬탈-역사의 블랙홀속으로'
기사입력 1999년 03월 11일 16시 07분
공연리뷰
역사란 반복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반복이 지닌 의미는 무엇일까.
젊은 극단 작예모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찬탈역사의 블랙홀속으로'(이희준 작, 김운기 연출)는 이런 진지한 주제를 `권력의 찬탈'이라는 측면에서 그린 작품이다.
상업성과 예술성이 마구 뒤섞이며,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으로 흘러가고 있는 대학로의 현실속에서 모처럼 만나는 정통 드라마. 제목이 조금 부담을 주고, 소개책자를 언뜻 봐도 골치가 아프기는 하지만 실제 작품은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천정명 성여진 정유석 등 젊은 연기자들의 패기 넘치는 연기가 시원시원하고, 그리 넓지 않은 공간위에서 펼치는 춤과 신경을 많이 쓴 장중한 음악, 어두움을 적절히 활용한 조명은 마치 대극장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황조가'로 유명한 고구려 유리왕 시대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세익스피어의 `햄릿' 구성을 패러디한 스토리라인, 속도감있는 장면전환은 자칫 딱딱한 역사극으로 빠질 수 있는 작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면서 피비린내 나는 권력의 폭력성과 허무함, 아이러니를 적절히 담아 세기말을 사는 우리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어머니의 복수를 결심한 해명태자, 이에 맞서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왕을 죽일 음모를 꾸미는 화희. 그러나 엉뚱하게도 충신이었던 두로가 마지막에 옥새를 장악하는 결말은 인상적이다.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권력 장악의 역사, 거기에 개입된 해프닝은 어쩌면 시공간을 초월한 `역사의 블랙홀'일지 모른다.
다음달 4일까지. 월∼목 오후 7시30분. 금토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3시, 6시. (02)741785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