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흥청망청 신세대 음주문화
기사입력 1999년 03월 11일 14시 59분
요즘 젊은층의 음주문화가 흥청망청 과소비로 흐르고 있어 IMF 이전의 거품현상을 재연시키고 있다.
솜털이 보송보송 나 소위 `키위족'으로 불리는 20대 초반의 남녀들은 주로 서울 강남의 유명 나이트클럽을 찾아 외제 양주와 안주, 웨이터팁 등으로 하루 100만원이 넘는 술값을 치르고 있다.
지난 10일 강남에서 `물이 좋은 10선'으로 꼽히는 K 나이트클럽.
최소한 하루전에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이 곳은 밤 10시 이후에는 입장을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회사원 L씨（35）는 지난 9일 친구들과 이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홀은 힙합패션을 한 남녀들로 발디딜팀이 없었고 룸마저 꽉 차있는 상태.
30대의 눈에 비쳐진 그곳은 별천지였다.
룸에 설치된 폐쇄회로인 CCTV는 홀 가운데 중앙무대에서 춤추는 키위족들의 모습을 선명히 비쳐주고 있었다.
홀에서 야한 춤을 추는 일부 젊은 여성 키위들은 야한 화장에 각선미를 자랑하는 짧은 치마의 차림으로 카메라가 한번이라도 더 잡아줄 것을 바라는듯 얼굴을 클로즈업시키고 있었다.
룸을 들락거리는 웨이터는 간혹 `채홍사'가 되기도 한다.
남자 손님이 CCTV에 비쳐진 킹카를 찍으면 웨이터는 킹카를 부킹해주는 대가로 5만∼10만원의 팁을 받는게 관례다.
한 웨이터에 따르면 발렌타인 15년짜리는 `개털'（빈티나는 족）의 몫이고 30년짜리는 마셔야 기죽지 않는 `범털'（부티나는 족）이 된다는 것.
발렌타인 30년짜리에 안주와 맥주, 그리고 웨이터 팁까지 합치면 100만원이 족히 넘는 액수다.
강남의 유명 나이트클럽의 이같은 이색풍속은 이번달초 유흥업소의 영업시간제한이 폐지된 뒤 나타난 일반화된 현상이다.
오후 8시쯤 청담동 M 나이트클럽앞.
길게 늘어선 입장객들을 통제하던 한 종업원은 "주민등록증 검사때문에 입장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나이가 너무 많은 사람이 오면 분위기가 망쳐지기 때문에 오히려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MF라고 해도 있는 집얘들은 돈을 쓰게 마련"이라면서 "유흥업소가 호황기를 맞아야 여기에 딸린 식구들의 살림살이도 덩달아 좀 풀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