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사랑] ML전설 조 디마지오가 추앙받는 이유
기사입력 1999년 03월 11일 14시 05분
지난 8일 타계한 조 디마지오는 왜 세대를 초월해 전 미국인들로부터 추앙을 받았을까.
디마지오가 56경기 연속안타 행진을 벌이기 직전인 41년 5월초만 해도 미국인들은 온갖 시름과 불안에 싸여 있었다.
일본에 의한 진주만 공습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히틀러의 독일은 전세계를 전쟁의 암울한 상황으로 이끌어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마지오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안타행진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딛고 초일류강국으로 일어선데는 디마지오의 엄청난 기록이 큰 힘이 됐을지 모른다.
그러면 500명에 달하는 우리 현역 프로야구선수들과 직업선수를 목표로 쉼없이 치고 달리는 초중고 및 대학선수들은 디마지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디마지오가 등장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선수란 입에서 씹는 담배와 술냄새가 사라지지 않고 패싸움이나 일삼는 시정잡배로 여겨졌다.
그러나 디마지오는 과묵한 성격, 품위있는 옷차림, 인간미 넘치는 미소로 팬들의 인식을 확 바꿔 놓았다.
강한 손목힘을 바탕으로한 특유의 날카로운 스윙엔 `힘차게 때리는（졸틴·joltin） 조'라는 별명이 자연스레 붙여졌다.
통산 361개의 홈런을 날리면서도 삼진은 369개에 불과, 강타자로서는 믿기지 않게 홈런에 비해 삼진（삼진/홈런）이 적었다.（베이브 루스 1,330/714, 맥과이어 1,259/457）
두달간 피가 마르는 56경기를 치르면서도 4할8리（223타수 91안타） 15홈런 55타점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올렸다.
수없는 기록중단의 위기에서도 단 한번의 번트안타도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IMF한파로 4천만이 모두 쇠망치를 맞은듯 얼이 빠져 있고 프로야구가 팬의 급감으로 최대위기를 맞았는데도 우리 스타선수들은 그저 해외진출에만 욕심을 내지 않았던가.
"스포츠에는 스타와 전설이 있는데 디마지오는 전설이었다."（디마지오 아버지의 고향인 이탈리아 언론）
디마지오가 전쟁의 실의에 빠진 미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듯 건국이래 최대의 경제난 탈출에 힘쓰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호쾌한 타격으로 즐거움을 선사할 진정한 야구영웅은 언제 탄생할 것인가.
[김수인(야구부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