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출동] '탕치기' 조심하세요
기사입력 1999년 03월 10일 16시 10분
"승합차 탕치기를 조심하세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오피스 빌딩가에 `수상한' 승합차 한 대가 서있었다.
운전석에는 한 남자가 꼼짝않고 핸들을 잡고 있었고, 점퍼 차림의 호객꾼은 승합차 문을 빼꼼이 열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30대 초반의 정장 남자가 지나가자 호객꾼이 재빨리 `미끼（상품）'를 던지며 유창한 말쏨씨를 풀어나갔다.
"유명브랜드인 이 옷을 백화점에 10장 납품키로 했는데 11장를 가져와 1장를 몰래 처분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조 원가인 80％ 할인 가격에 싸게 드리겠습니다."
승합차는 정장 남자에게 물건을 떼넘기고 돈을 건네받자말자 곧바로 시동을 걸고 사라졌다.
날씨가 풀리면서 이른바 조악한 상품이나 장물을 파는 승합차 탕치기들이 설치고 있다.
1년전만 해도 산소통을 실은 차량에 맛이 간 생선을 속여 팔거나, 조잡한 바둑판을 유명 바둑판으로 둔갑시켜 팔던 탕치기들이 최근에는 모피나 골프채 양주 노트북 등 고가 상품까지 속여 팔고 있다.
수입 골프채는 창고 땡처리로 내놓았다며 90％, 모피는 50％, 양주는 50％까지 싸게 판다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것.
상투적인 수법이지만 의외로 여기에 넘어가는 샐러리맨 피해자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
특히 유명브랜드 제품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귀가 솔깃해 탕치기의 노림수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
모 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박모대리（31．경기도 일산시）는 "용산서 컴퓨터 가게를 하다 망했다는 남자가 1천만원짜리 일제 최신형 노트북을 150만원에 주겠다길래 승합차를 탔더니, 외제 브랜드 상품들이 너무 많아 노트북도 조악한 조립품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승합차 탕치기들은 중소 기업체의 점퍼차림에 명찰까지 달고 있어 행인들이 정품을 `땡처리'하는 것으로 꼼짝없이 속게 만든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단속반의 한 형사는 "대부분이 가짜나 장물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이 주로 설치는 곳은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은행 부근이며, 전문직 종사자들이 의외로 많이 당한다"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