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순발력 뛰어난 최고 사냥개 '댕견'
기사입력 1999년 03월 10일 16시 10분
194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진 토종개 `댕견'이 수도권 일대의 애견사들 사이에서 사냥개로 길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댕견은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와 함께 토종 명견으로 꼽히던 개.
9일 경기도 용인시 구성면 부일산업 공장 뒷마당에는 꼬리가 거의 없거나 아주 짧은 황색 개 10마리가 조련사로부터 훈련을 받고 있었다.
개 주인 강진용씨（37．부일산업 대표）는 "어릴적 할아버지로부터 사냥개로는 댕견을 따를 만한 개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진돗개로 사냥을 다니다 한계를 느껴 8년전 전국에 수소문해 꼬리없는 댕견 두마리를 구해 길러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댕견은 단결력이 강해 사냥감을 발견하면 철저한 협공으로 사로잡는다"며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사냥개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자랑했다.
아무리 크고 사나운 멧돼지라도 댕견 4마리면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다는 것.
사냥터에선 냄새를 잘 맡고 순발력이 뛰어나지만, 평소 집에선 멍청할 만큼 짖지도 않는다는 것이 특징.
2년째 댕견의 훈련을 맡고 있는 개 훈련사 함춘수씨（29）도 "진돗개가 10마리 중 1마리 꼴로 특출난 훈련 자질을 보인다면 댕견은 10마리 중 최소 6마리"며 "수색견이나 맹도견으로도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댕견이 진정한 토종 명견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댕견은 1940년대 이후 잡종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는 상태인데다 사육자마다 주장하는 외형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에선 동개, 경상도에선 댕갱이, 경기도에선 동동개 등으로 불렸던 사실로 봐서 댕견이 우리나라 토종개인것만 틀림없다는 주장도 있고, 출처나 유래도 분명치 않은 `돌연변이종'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부터 댕견을 연구해온 서울대 수의학과 이 항 교수는 "국내에선 처음 보고된 케이스여서 학문적인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며 "꼬리가 없어서 댕견이 우수하다는 사육사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용인＝임태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