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화해와 용서로 보는 '삶의 미학'
기사입력 1999년 03월 10일 16시 10분
빵 한조각을 훔쳐 19년을 감옥에서 살아야 했던 사나이. 하루밤 재워준 성당에서 은수저를 훔쳐 달아나다 붙잡혔으나 "은촛대는 왜 가져가지 않았느냐'는 신부의 관용으로 새사람이 된 사나이. 장발장.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1862년에 씌어졌으나 지금도 여전히 인생의 의미와 진실을 깨닫게 해주는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어린 시절부터 동화책을 통해서, 청소년기에는 소설로 숱하게 만나온 인물. 선과 악, 법과 정의의 경계에서 감동의 휴머니즘을 전파해온 `인생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다.
`장발장'이라는 제명으로 또는 `레 미제라블'이라는 제명으로 이미 31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거나 연극이나 뮤지컬로 여러차례 무대에 올려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빌 어거스트 감독의 `레 미제라블'은 우선 원작에 충실한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장발장은 리암 니슨이 맡았다. `쉰들러 리스트'로 친숙한 리암 니슨은 닐 조던 감독의 `마이클 콜린스'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19년간 옥살이의 과거를 씻고 어려운 사람에게 온정을 베풀며 살아가는 비구시의 시장, 거리의 여자 팡틴(우마 서먼)을 돌보다 그녀의 딸 코제트(클레어 데인즈)를 키우는 휴머니스트, 집요한 형사 자베르(제프리 러쉬)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도망자 등 리암 니슨은 장발장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차분하게 표출해냈다.
장발장을 체포하는 것에 일생을 건 듯한 형사 자베르.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무표정한 얼굴은 영화 전체를 무겁게 짓누른다.
세상에는 오직 `범법자'와 `법준수자' 등 두 종류의 인간만이 있다고 믿는 그의 신념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장발장을 놓아주는 자신조차 용서하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다.
방대한 `레 미제라블'의 이야기를 가능하면 모두 화면에 담아내려한 빌 어거스트 감독의 노력은 비교적 성공한 듯 보인다. 장발장의 극적인 삶, 팡틴이나 코제트와의 관계, 자베르의 집요한 추적 등을 빌 어거스트 감독은 감정을 고조시키지 않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프랑스혁명의 와중에서 장발장과 자베르가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장면도 담담하기만 하다. 감동은 관객에게 맡긴 듯.
이 점이 오히려 영화적인 맛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빌 어거스트 감독은 고집스럽게 `정복자 펠레'나 `최선의 의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절제된 연출로 `인생'을 설파하고 있다.
관능적인 이미지를 털어낸 우마 서먼의 변신도 리암 니슨이나 제프리 러쉬 만큼 인상적이다.(13일 서울극장)
[전문가 평점]
★★★★★(최우수)★★★★(우수)★★★(괜찮은 수준)★★(보통)★(수준이하)
강한섭(서울예술전문대교수)-★★
양윤모(영화평론가)-★★★★